‘일본을 삼키는 애플의 정체… 겉으로는 에코시스템, 실상은 폐쇄적 이익 가로채기.’

일본의 경제주간지인 다이아몬드(사진)는 지난 6일자에 이 같은 제목으로 56페이지에 걸친 기사를 실었다. 애플이 일본 내 협력사를 쮜어짜는 행태를 고발한 기사다. 이 잡지 내용을 요약한다.

애플의 ‘일본 지배’가 진행되고 있다. 의존도가 팽창하며 ‘애플 도산’까지 나타났다. 소형 모터가 주력제품인 시코사는 생산량을 늘리라는 애플의 지시에 따라 투자를 확대했다. 5억엔 규모를 증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애플은 비용절감을 하지 못하는 거래처를 솎아내기 시작했다. 단순 납품단가 인하가 아니라 비용절감에 필요한 설비를 새로 도입할 수 있는지 협력사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애플은 시코가 2007년 환파생상품 계약을 해 매월 5000만엔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애플의 주문은 경쟁사인 알프스전기로 넘어갔다. 투자를 계속하고 납기를 지켜왔지만 시코는 지난 8월10일 85억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했다.

남의 일이라고 웃을 수는 없다. 대기업들도 애플에 흠뻑 빠져 있다. 샤프는 애플 납품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에 의존하는 공장, 이른바 ‘아이팩토리(iFactory)’는 일본 안에 산재해 있다. 아이팩토리는 최근 아이폰5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압도적 구매력으로 터무니없이 값을 깎을 뿐 아니라 언제 주문을 끊을지 모른다. 애플은 “다음 신제품에 쓸 수 있는 더 좋은 기술이나 회사는 없는가”란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한 전자회사 간부는 “애플의 대량 주문엔 거액의 투자, 수주를 잃었을 때의 잉여 생산설비란 두 가지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역사상 보기 드물게 전자부품 업계의 애플 의존도가 높아져서다. 지난 6월 나온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일본 부품사 11개의 올해 매출 증가분 5000억엔 중 45%는 애플 주문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협력사들은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애플 앞에 ‘벌거숭이’가 된다. 애플은 통상 10명 이상의 전문가로 된 감사팀을 보내 1주일 이상 공장을 샅샅이 분석한 뒤 가격 인하를 요구해온다. 난색을 표하면 “원가가 이 정도이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 때는 단가 인하가 1년에 1회였지만 팀 쿡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매월 단가를 낮추게 된 곳도 있다”고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