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중단하라’고 권고한 사안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면 거부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KT 측은 “법적 수단을 모두 강구해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방통위는 “서비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DCS 사업 좌절하나

KT스카이라이프가 ‘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DCS)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이었다. 케이블TV업체들은 “KT가 방송법과 전파법 IPTV법을 위반했다”며 방통위에 ‘조치’를 요구했다.

방통위는 ‘법률 문구’와 ‘기술 발전'이라는 두 가치를 놓고 고심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률 조문대로라면 방송법상 위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술발전 추세로 본다면 아닐 수도 있어 현재 (내부에서) 심각히 고민 중”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방통위는 당초 31일 DCS에 대한 방침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관련 업계의 싸움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자 29일 오후 전격적으로 KT에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을 권고하고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는 ‘가급적 빨리 해제’하라고 촉구하는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는 △위성방송 역무 위반 △허가 없이 IPTV 사업 △방송허가제도 유명무실화 우려 등을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KT ‘정면 충돌’ 불사

KT스카이라이프는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DCS 서비스는 위법’이라는 방통위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들을 해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신규 가입자도 계속 받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이 같은 방침을 30일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T 스카이라이프 측은 “접시안테나 없이도 위성방송 시청이 가능한 DCS 기술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 위성 전파 전달의 한계로 위성방송 시청이 힘들었던 시청자들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채택한 기술”이라며 “DCS는 막아서도, 막을 수도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성방송의 전파 도달 한계 때문에 방송을 볼 수 없는 가구가 국내 전체 가구의 25% 정도”라며 “일부 이기적인 기득권 사업자들이 DCS를 마치 불법인양 매도해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KT 측이 DCS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방통위와 정면 대치를 감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향후 방통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KT의 명령 이행 정도에 따라 위법 시설 철거문제를 고려할 것”이라며 “시정 명령을 어기면 가장 강하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허가취소”라고 설명했다.

○최대 사업자에 대한 견제?

DCS 위성방송이 문제가 된 데에는 KT가 국내 최대 유료방송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KT의 무기는 전국 단위 방송이 가능한 IPTV와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이다. 이 두 상품을 결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까지 내놓았다. 싼값에 두 방송(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올해 3월 말 130만명으로 2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KT의 IPTV와 스카이라이프 가입가구 합계는 지난 6월 말 560만명이었다.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 등 대형 케이블TV 업체의 전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13~15% 수준으로 KT(28.5%)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접시 없는 안테나’로 사업을 더 확대하자 경쟁 업계가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KT는 지난 3월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포한 데 이어 최근 미디어·위성·부동산 분야 전문기업을 분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디어 사업을 대폭 강화해왔다.

심성미/양준영 기자 smshim@hankyung.com

○ DCS
dish convergence solution. 가정에 접시 모양의 위성 안테나를 달지 않아도 위성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KT 전화국이 위성 신호를 인터넷 신호로 변환해 IPTV망으로 가정에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