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재개장
KIST 증강현실 서비스
유물정보·이미지 보여줘
태블릿 갖다대니 창덕궁서 왕이 산책을

태블릿PC 카메라로 창덕궁 인정전 그림을 비추자 전각에 대한 안내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곧이어 그림 속 전각을 배경으로 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왕위 즉위식을 펼치는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6개월간의 시설보수를 마치고 1일 재개장하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도입된 태블릿PC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센터는 박물관 개장에 맞춰 1800년대 초반 그려진 동궐도(창덕궁과 창경궁 그림)의 이해를 돕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서비스를 시작했다. 증강현실이란 실제 사물을 비추는 스마트기기 영상 위에 가상 정보와 이미지를 합성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박물관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조감도 형태로 그린 동궐도는 가로 5.3m, 높이 2.5m의 대형 그림인 데다 비슷비슷한 수백개의 전각이 그려져 있어 일반인이 인정전, 대조전 등 주요 건물을 찾기조차 쉽지 않다. 동궐도 증강현실 서비스를 이용하면 각 전각의 기능과 용도를 태블릿PC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태블릿PC 화면에 창덕궁 대조전을 비추면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8년여 만에 국내 처음으로 전각에 전등을 설치한 일화를, 후원을 비추면 규장각, 영화당 등의 전각과 2만6000여그루 나무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동궐도 안내와 같은 증강현실 서비스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구글은 내년께 이를 활용한 첨단안경 ‘구글 글라스’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차세대 증강현실 기술 국산화

동궐도의 증강현실 서비스는 KIST가 개발한 이미지 인식 엔진 덕분에 가능하다. 기존 증강현실 서비스는 위성 위치정보와 나침반 기능을 이용해 대략적인 정보를 보여줬다.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위치정보를 받을 수 없는 지역에서는 아예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반면 KIST 기술을 이용하면 눈으로 본 실제 영상을 분석, 해당 건물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김익재 KIST 영상미디어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영상 인식 엔진은 그림, 건물 등의 국부적 특징을 찾아내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휴대용 스마트 기기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자연 사물의 영상을 분석해 처리하는 기술은 차세대 증강현실 분야의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ST는 사용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모바일혼합현실 투어서비스’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자신이 방문했던 관광지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를 제작해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도 만들었다”며 “인터넷 기업들과 손잡고 사용자 참여형 투어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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