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폐증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약물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연세대, KAIST 공동연구팀이 생쥐 실험을 통해 특정 유전자가 자폐증 발병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강봉균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 이민구 연세대 의대 교수, 김은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등이 공동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자폐증은 사회성 결핍, 반복행동, 정신지체, 과잉행동 등이 나타나는 뇌발달 장애다. 전체 인구의 1~2%가 증상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유용한 치료 약물을 찾지 못해왔다.

연구진은 신경조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SHANK2)를 생쥐에서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새끼를 돌보지 않거나 다른 생쥐와의 소통에 장애를 겪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생리학 반응에서도 뇌에서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해마의 신호전달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증 발병 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전적 요인의 중요 단서를 찾은 것.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자폐증상을 겪는 생쥐에 뇌의 신경수용체 양성조절제(CDPPB)를 투입해 손상됐던 해마의 신호전달과 다른 생쥐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강봉균 교수는 “유전자 결손으로 인한 뇌신경 수용체 기능저하가 자폐증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말했다. 김은준 교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사회성을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