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보통신의 날(4월23일) 행사를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그러다 보니 두 부처는 보이지 않게 주도권 다툼을 벌이곤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정보통신 미래 좌담회’에서도 그랬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보기술(IT)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강조했고,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은 ‘IT 고도화’를 강조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은 “둘 다 중요하다”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정보통신기술이 사회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하는 네 기관의 대표가 서울 종로 조계사 옆 우정총국에서 얘기를 나눴다. 사회는 김광현 IT전문기자가 맡았다.

△사회=지경부 방통위 등 6개 부처가 최근 ‘IT 창의강국 2020’이란 청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잘하는 분야도 있고 잘못하는 분야도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석우 장관=지난해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IT산업이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IT 융합’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자동차에 통신기술을 접목해 차량충돌을 예방한다든지, 조선소에 와이브로 기술을 적용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선박통신기술(SAN)을 개발해 수주경쟁력을 높인 것을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IT 성장 축이 소프트웨어·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게 아쉽습니다.

△신용섭 위원=4세대(4G) 이동통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전국망은 이미 작년에 완성됐고 롱텀에볼루션(LTE)도 통신 3사 모두 전국망을 깔았습니다. 방통융합의 꽃인 IPTV도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었습니다.

△김흥남 원장=이 바닥에서는 언제든지 ‘와해성 기술’이 등장해 판을 바꿔놓기 일쑤입니다. 5년 후, 10년 후엔 어떤 세상이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크게 지능화, 실감화, 융합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지금은 음성, 데이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통신 서비스를 하지만 엄청난 컴퓨팅 능력과 서비스를 빌려쓰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식통신을 지향하는 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 지능형 컴퓨팅이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 등이 부각될 겁니다.

△사회=실감화와 융합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김흥남 원장=실감화는 피지컬 세상과 사이버 세상이 결합되는 걸 말합니다. 3D(입체)TV와 초보단계 홀로그램이 상용화될 것입니다. TV는 양방향 3DTV로 진화하고, 화질은 고화질(HD)을 넘어 초고화질(UHD)로 발전해 눈으로 보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융합도 계속됩니다. IT가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융합돼 1차산업은 1.5차산업으로, 2차산업은 2.5차산업으로, 3차산업은 3.5차산업으로 발전할 거라고 봅니다.

△김동욱 원장=정보통신기술(ICT)이 현재와 미래의 국가·사회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방적 시스템과 쌍방향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발적이고 네트워크화된 형태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질 것이고 국가 권력은 점점 더 분산될 겁니다. ICT 기반의 직접민주주의가 확산되면 좌우 이데올로기 당파주의 구도가 급속히 해체될 것입니다. 강한 조직력보다 개인 중심의 느슨한 조직의 힘이 더 중시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사회=경제와 사회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김동욱 원장=사람들은 정주적 직장인보다는 유목적 직업인으로 바뀔 거라고 봅니다. 평생고용·평생직장의 의미가 퇴색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광받게 됩니다. 가족 학교 직장 등 전통적 소속집단 기반의 관계보다 접속 기반의 온라인 관계가 활발해지고, 투명성이 핵심적 사회가치로 급부상합니다. 개성과 창의력이 있는 인재가 각광받고 ‘위대한 기업’보다 ‘착한 기업’이 중요해집니다.

△홍 장관=IT가 조선 자동차 섬유 등 주력 산업과 융합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산업 융합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되는 초연결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좌담회를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발상지인 우정총국에서 하고 있는데, 정보통신이야말로 초연결시대의 기반입니다.

△사회=IT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홍 장관=융합의 시대잖아요. 지경부는 오는 6월 2단계 IT융합확산전략을 내놓고 생활밀착형 IT 융합 서비스를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기술과 인문의 융합도 시도합니다. 이달 중 산업진흥연구소 안에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개소하는데, 기술과 인문의 융합만을 연구합니다.

△신 위원=IT 경쟁력 강화도 중요합니다. IT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산업과 융합이 됩니다. 융합을 강조하다가 IT 자체의 경쟁력이 약해져선 안됩니다. IT 경쟁력이 약해지면 다른 산업과의 융합도 실현되지 못합니다. 애플 구글 등이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사회=방통위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T) 네 부문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신 위원=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 중 네트워크가 고도화되지 않으면 모 든 게 사상누각이 됩니다. 방통위는 최고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기가 인터넷,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 이용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고 미래 인터넷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고화질 TV 등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과 선제적 표준화에 주력하고 사물지능통신, 3D방송 등 스마트 신산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흥남 원장=IT에서는 기술고도화와 다른산업과의 융합이 모두 중요합니다. 고도화는 수직축, 융합은 수평축인데, 고도화가 잘 됐기에 지금 융합 확산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 융합확산을 위해서는 지금 고도화를 해야 합니다.

△홍 장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가치와 가치가 만나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3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초연결시대입니다.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고 하던데 맞는 말입니다.

△신 위원=우리는 하드웨어 기반이 탄탄합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생태계 경쟁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잘 대응하면 스마트 강국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죠. 지금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서비스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게 (우리가)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