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3.0시대] '트웨스티벌' 소액 모아 7억 성금…대형 재난 때도 위력 발휘
“그땐 오프라 윈프리가 트위터를 하기도 전이었어요. 친구들과 펍(pub)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슬쩍 꺼낸 작은 아이디어가 전세계의 축제가 됐고, 벌써 4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30대의 평범한 직장인 아만다 로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글로벌 기부 축제인 ‘트웨스티벌(트위터와 페스티벌의 합성어)’을 만든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8년 9월, 로즈는 친한 친구들 세 명과 재미있는 파티를 구상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트위터로 사람들을 한번 모아보자고 제안했고, 이틀 만에 250명이 모였다. 로즈는 파티에 왔던 사람들을 상대로 걷은 성금을 노숙자 지원단체에 기부했다. 이듬해 2월, 이번엔 이 파티에 왔던 사람들이 “그때처럼 또 해보자”고 먼저 요청해왔다. ‘물부족 국가 돕기 트웨스티벌을 한다’고 트위터에 띄우자마자 두 달도 채 안 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애틀, 홍콩, 서울 등 전 세계 202개 도시 1만여명이 참여해 약 3억원의 성금을 모았다. 각자의 지역에서 기부 파티를 열어 실시간 트위터로 사진을 공유하거나 노래를 같이 부르는 등 대규모 행사를 연 것. 이렇게 모인 성금은 런던 본사로 모였다. 로즈와 친구들은 이 돈을 에티오피아 우간다 인도 등에서 55개 우물을 파는 데 썼다.

2010년에도 175개 도시에서 약 5억원이 모여 말라위 리베리아 아이티 등에 학교를 지어줬다. 로즈는 “기업이나 단체 없이 100% 개인이 자원하는 형태라 한두 해 지나면 시들해질 줄 알았는데, 지난해에는 11월까지 6억5000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올해는 어떤 목적으로 기부금을 모을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희귀혈액 트위터 커뮤니티 생겨

‘트웨스티벌’은 SNS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공동의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소통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치적·경제적 이익집단이 개입하지 않고 자생적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루머 확산의 기폭제’ ‘괴담의 진원지’ 등 SNS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해석과는 정반대의 얼굴이다. 이미 지난 한 해 일본 대지진과 서울 폭우, 지역 곳곳의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SNS가 놀라운 정보전달 속도와 응집력을 발휘했다는 건 검증된 사실이다.

SNS는 재난 재해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빛을 발한다. 2만5649명의 팔로어를 가진 대한적십자사 트위터(@korearedcross)가 대표적 사례다. 2010년 이 트위터 계정이 개설된 이후 TV에서 속보 화면에 뜨던 ‘RH-AB 혈액 급구’ 등의 문구는 대부분 사라졌다. 대한적십자사 중앙본부 관계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긴급 수혈 고지를 내면 몇 분 안에 200여개가 리트위트된다”며 “수혜를 받는 환자의 수도 전보다 10~20% 정도 늘고 혈액을 공급받는 시간도 훨씬 짧아졌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SNS의 위력이 검증되자 최근 RH- 희귀혈액을 가진 사람들의 트위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스마트헌혈앱’도 만들어 헌혈의 집 위치 정보와 헌혈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SNS는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라며 “공공부문에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정치적 도구가 아닌 건전한 소통의 도구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 정부 소통창구로 활용

영국은 공공과 민간부문이 SNS를 통해 소통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영국의 대표적 소셜 시민조직인 ‘마이소사이어티(www.mysociety.org)’는 정부와 국민의 접촉을 쉽게 해주고자 만들어진 자선단체다. 우선 ‘라이트 투 뎀 닷컴(WriteToThem.com)’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영국 국민 누구나 자신의 지역구 의원에게 무료로 편지를 쓸 수 있게 했다.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20만여명이 국회의원에게 각종 의견과 탄원을 냈다.

그 결과 3만2000개의 파인 도로가 고쳐졌고, 1200만여명의 서명이 총리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들은 동네 도로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 누구나 웹 2.0 기술을 이용해 간편하게 문제를 신고하고 시민들과 토론할 수 있게 한 ‘픽스 마이 스트리트(FixMyStreet)’ 프로그램, 혼자 나서기는 힘들었지만 ‘남들이 동참해 조직이 만들어지면 나도 하겠다’는 뜻의 ‘플레지뱅크(PledgeBank)’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