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ㆍTVㆍ통신ㆍ콘텐츠 융합이 관건…'올-컨버전스' 경쟁
모바일ㆍTVㆍ통신ㆍ콘텐츠 융합이 관건…'올-컨버전스' 경쟁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또다시 격전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애플의 독주를 숨죽이며 지켜봐오던 전통의 강자들이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과 전선을 가리지 않는 신흥 강자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3년간 펼쳐졌던 1차 스마트 전쟁이 애플의 독주로 끝났다면 앞으로 전개될 2차 스마트 전쟁은 적도 아군도 없는 피말리는 생존게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다. 휴대폰 태블릿PC에 국한됐던 전선이 모든 IT · 가전 기기로 확장되고,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서비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모든 업체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휩쓸려들어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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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스마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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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 IT업계의 흐름은 단순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놓으면 다른 기업들은 이를 정신없이 뒤따라가는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탈락자도 속출했다. 부동의 휴대폰 1위 기업인 노키아는 작년 1분기 38.8%의 점유율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15.3%에 그치며 3위로 주저앉았다. 노키아의 자리는 애플(올해 2분기 점유율 18.5%)과 삼성전자(17.5%)가 차지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버틴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작년 갤럭시S로 뒤늦게 애플 추격전에 나서며 유일한 '애플 대항마'로 자리잡았다. 태블릿PC시장에선 애플의 완벽한 독주체제가 이어졌다. 아이패드는 지금까지 3000만대가 팔렸지만 삼성전자 갤럭시탭은 고작 300만대에 불과하다.

한동안 애플의 독주가 계속될 것 같던 IT업계에 최근 들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휴대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갖고 있는 구글은 최근 모토로라 휴대폰부문을 인수했다. OS와 하드웨어를 다 갖추고 있는 애플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HP도 PC사업을 접는 대신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MS는 노키아와의 협력을 통해 애플에 뒤진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치열한 특허소송전 속에서 갤럭시탭 10.1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2차 전쟁,전선이 따로 없다

2차 스마트 전쟁의 특징은 IT PC 가전 통신 콘텐츠 등을 총망라하는 '올 컨버전스(all convergence)' 주도권 싸움이란 데 있다. 과거 한 가지 제품을 잘 만들어 우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IT기업 간 경쟁이 모든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스마트TV가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올해 IFA부터 주요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스마트TV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유튜브 온 TV'를 선보인다. 외형상 삼성전자가 내놓는 제품이지만 구글의 TV사업 진출전략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IFA 개막을 앞두고 "스마트TV는 이용자의 취향과 욕구에 맞은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 기존 TV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도 거실에 놓고 다른 애플 기기와 연결해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는 스마트TV를 직접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에 스마트 가전을 대거 내놓았다. 글로벌 가전 분야의 스마트화를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대용량 · 친환경 · 스마트라는 주제로 100여개 신규 가전제품을 선보인다. 냉장고는 용적효율을 높여 400ℓ 최대 용량을 확보한 절전형 프리미엄 하단냉동(BMF) 제품을 전시한다. 최대 용량 12㎏의 버블 드럼세탁기와 청소로봇도 공개한다. LG전자도 스마트TV와 함께 3D 기능을 갖춘 AV(오디오 · 비디오)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베를린=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