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5인조 아이돌그룹 카라는 지난달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에서 외국 여자 가수로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인 2위에 올랐다. 5인조 여성 아이돌 원더걸스가 지난달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가진 'SM타운' 공연에는 유학생 등 한국인은 물론 백인과 흑인,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관객 1만5000여명이 모여들었다. 아이돌그룹이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올라 세계 각지에서 신(新) 한류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돌그룹이 주도하는 신 한류는 대상이 문화 콘텐츠의 핵심 소비층인 10~20대라는 점에서 TV 드라마로 중년 여성층을 파고들었던 과거의 한류와 차이가 있다.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 유럽 중동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는 점도 신 한류의 특징이다. 다양한 요소의 융합과 체계적인 인재 육성이 뒷받침됐다는 점에서 한국 아이돌그룹의 성공은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아이돌그룹은 힙합 소울 리듬앤블루스(R&B) 등 서양에서 유래한 음악에 한국적 요소를 융합해 독특한 멋을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시하라 신 일본 NHK 예능프로그램부 총제작자는 "한국 아이돌의 음악은 중저음이 특징인 미국 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리듬과 화려한 안무를 덧붙여 독보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어려서부터 외국 음악을 접한 재외 교포나 유학생 출신의 제작자와 작곡가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박진영 JYP 대표와 김영후 SM 작곡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만의 체계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선발돼야 하고,이후에도 수년간 노래 춤 외국어 자기관리 등에 관한 집중 교육을 받아야 한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연습생 중에서도 연습생 간의 경쟁에서 밀려 낙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랜 교육과 경쟁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아야만 가수로서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기획사는 하나의 아이돌그룹을 만들기 전에 다양한 실험을 거쳐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팀을 구성한다. 또 사전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멤버를 기용하며,외국어 앨범을 발매한다.

소셜 미디어와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도 아이돌그룹의 인기에 한몫을 한다.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는 한국 아이돌의 음악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소비할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소셜 미디어는 해외 프로듀서들도 한국 아이돌의 모습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 세계의 교포와 유학생들로 이뤄진 한인 네트워크도 한류 전파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아이돌그룹의 외국인 팬 중 상당수는 한국인 친구의 권유로 한국 음악을 접했다.

신 한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가수들이 갖지 못한 차별화된 요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태국 대만 등에서는 한국 아이돌을 모방한 그룹이 나왔고,한국인 작곡가 등을 영입해 대중음악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아이돌그룹 외에 다양한 분야로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 아이돌그룹의 성공에 도취하지 말고 잠재력 있는 다양한 장르를 발굴해야 지속적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Taesoo.ju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