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계 전설 CJ 조규남 감독 사퇴
CJ엔투스의 조규남 감독이 최근 서울 대림동 인근 한 레스토랑에서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CJ엔투스 사무국 직원, 김동우 감독대행, 이재훈 코치를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참석했으며, e스포츠 사상 첫 자진사퇴로 이별의 아쉬움은 더 컸다.

송별회를 통해 회사 측이 준비한 감사패 전달과 함께 주장 권수현의 꽃다발 증정이 있었다. 최고참인 변형태 선수와 동료 선수들이 함께 마련한 황금 골프공을 선물하자 조 전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 전 감독은 “늘 누군가를 보내는 자리에만 있어 봤는데 막상 내가 주인공이 되어 떠나는 자리에 서니 감회가 남다르고 뭔가 가슴이 찡하다. 또 선수들이 선물을 준비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소감과 함께 선수들에게 “비록 감독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너희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연습에 열중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조 감독은 WCG일정을 마치고 가장 늦게 합류한 김정우에게 “경기 봤는데 왜 한 판 내줬어. 이번에 꼭 국가대표로 가야 한다”라며 애정 어린 핀잔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 권수현에게는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개인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등 선수들에게 일일이 말을 건네며 아쉬움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 자리를 마련한 CJ사무국의 오상헌 대리는 “조 전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선수들의 일정에 맞춰 조촐한 송별회 자리를 마련하게 됐는데 창단 이후 여태까지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 앞으로 하는 일들이 모두 잘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전했다.

e스포츠의 태동부터 감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약 10년의 세월을 보낸 조규남 전 감독은 지난 2002년 이노츠팀을 시작으로 CJ엔투스의 전신인 GO팀을 거쳐 2006년부터 CJ엔투스의 창단 감독으로 활동했다.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첫 통산 100경기 출장과 100승과 함께 이번 09-10 시즌까지 프로리그 통산 155승 117패 57%의 성적으로 프로게임단 감독 다전과 다승 부문에서 모두 1위의 기록을 가진 감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한편 조 전 감독의 사퇴 의사를 존중해 CJ엔투스는 이 달 초부터 그 동안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김동우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차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더게임스 김준완기자 junwankim@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