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업체의 1분기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소위 글로벌 '빅5'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1위 업체인 노키아가 아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빅5' 업체인 LG전자와 소니에릭슨 역시 다소 부진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애플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전문업체가 무섭도록 성장하면서 휴대전화 시장 지도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다시 짜여지고 있다.

◇'빅5' 체제 균열 속 전문 제조업체 급부상 = 28일 현재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주요 휴대전화 업체는 노키아와 LG전자, 소니에릭슨 등이다.

이들 업체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노키아는 1분기 전 세계적으로 1억8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 역시 12.1%로 전년 동기(10.4%) 대비 1.7%포인트 상승해 1분기 실적 자체만 보면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향후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노키아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을 9∼12%로 전망하면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시인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도 11∼13%로 시장 전망치인 12∼14%에 못 미친다.

판매대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노키아의 평균판매단가(ASP)는 62달러로 전년 동기(66달러)에 비해 오히려 하락했다.

즉 노키아는 떨어지는 수익성을 저가 제품의 공급 확대로 메운 셈이다.

이는 최근 휴대전화 시장이 고가 스마트폰 위주로 짜여지고 있는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노키아가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주된 이유다.

또 다른 '빅5' 업체인 LG전자도 28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휴대전화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0.9%로 전년 동기(6.4%)에 비해 5.5%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니에릭슨은 1분기 1천5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1천만대 선이 위협받으면서 '빅5'에서 가장 먼저 탈락할 수 있다는 얘기마저 듣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시동을 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이 예상되고 있고, 안드로이드폰에 사활을 건 모토로라 역시 1분기 휴대전화 부문에서 흑자 전환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되면서 '빅5' 업체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제조업체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애플과 HTC 등 스마트폰 전문 제조업체들은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애플은 같은 분기 매출액이 무려 49% 증가한 135억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30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물론 애플 실적에는 아이폰과 아이팟, 매킨도시 등이 포함된 것이지만 아이폰 자체만 놓고 봐도 매출이나 수익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구글 넥서스원의 제조업체로 유명세를 받고 있는 대만의 HTC 역시 1분기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면서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이 휴대전화 시장 재편 = 이처럼 휴대전화 시장 구도가 재편되는 가장 큰 요인은 스마트폰에 있다.

한 때 업리어답터나 일부 비즈니스맨들만 사용하던 것으로 여겨지던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하는 업체가 전체 휴대전화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오는 2013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늘면서 2013년에는 4억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전체 휴대전화의 40%를 스마트폰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 HTC 등 전문 제조업체에 대응해 '빅5' 업체들도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다시 짜면서 주도권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 시장에 갤럭시, 갤럭시 스피카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탑재폰을 선보였으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비홀드2, 모먼트 등 안드로이드 탑재폰 2개 제품이 밀리언셀러(100만대)에 오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삼성은 최근 국내 시장에 안드로이드폰 '갤럭시A'를 내놓은데 이어 오는 6월 후속모델인 '갤럭시 S'를 출시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다양한 안드로이드폰과 독자 모바일 플랫폼인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2분기 중 내놓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다소 늦어 1분기 실망스런 성적표를 발표한 LG전자 역시 2분기에는 글로벌 톱 3 휴대전화업체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LG는 4∼5월 유럽, 미국, 한국 등 전 세계에 걸쳐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한 다수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주말부터 유럽 시장에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 '옵티머스'(LG GT540)가 복수의 이통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 LG전자에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5월 버라이즌사를 통해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예정에 있어 북미 시장에서의 강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저가 제품 위주의 라인업을 선보였던 노키아도 이날 차세대 운영체제(OS)인 심비안(Symbian) 3를 탑재한 스마트폰 N8을 공개하는 등 고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노키아는 N8과 함께 스마트폰 대중화를 겨낭한 'C 스마트폰 시리즈'를 2분기 내 출시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 시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소니에릭슨은 글로벌 전략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X10'이 지난 3월 말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 출시가 시작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분기 판매물량 감소에도 영업이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ASP 역시 상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소니에릭슨은 '엑스페리아 X10'을 포함한 일명 'Fab(Fabulous) 5'로 불리는 스마트폰 5종을 내세워 '빅5' 업체의 명성을 회복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