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맛에 딱 들어맞는 게임 전용 노트북이 잇따라 출시돼 PC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인터내셔널 컴퓨터업체 델(Dell)과 MSI, 아수스(Asus) 등이 잇따라 고성능 게임용 노트북을 내놓으며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

지금까지 국내에서 게임용 노트북은 각 제조사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트북이 보급되고 온라인 게임 환경이 성숙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차별화된 노트북 수요가 생겨나게 됐다.

또 게임용 노트북이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올해 출시 예정인 '스타크래프트2'와 '테라' 등 3D게임이 있다. 이들 게임은 3D로 구현되기 때문에 높은 사양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인텔의 최신 CPU인 '코어i7' 등이 최근 보급되면서 노트북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고급 CPU·그래픽카드…노트북계의 '람보르기니'
기존 노트북과 게임용 노트북의 가장 큰 차이는 최상급 CPU(중앙처리장치)와 최적화된 그래픽카드다.

최근 컴퓨터업체들이 출시한 게임용 노트북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 코어의 성능이 한층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코어i3와 i5, i7 등 듀얼코어(2개 이상의 독립코어) 또는 쿼드코어(4개 이상의 독립코어) CPU를 탑재했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의 '9600GT급'(G92b, GT215 칩셋) 또는 ATI의 '라데온58XX급'(Juniper 칩셋)을 장착, 3D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디자인도 게이머들의 구미를 당긴다. 외계인의 최첨단 무기, 스텔스 전투기 등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특히 눈에 띈다. 델의 '에얼리언웨어' 시리즈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노트북계의 '람보르기니'라고 불릴 정도로 특색있다.

3D게임을 위한 최상의 음향도 제공된다. 아수스의 'G시리즈'는 사운드카드 제조업체인 크리에이티브의 '오디지(Audigy) HD 사운드카드'와 알텍랜싱사의 스피커를 달아 기존 노트북보다 성능이 20%가량 향상됐다.

이밖에 키보드도 게이머를 위해 최적화됐다. MSI가 3월 출시한 GX, GT, GE 시리즈는 바로가기 기능(매크로)을 설정할 수 있는 핫키와 별도의 숫자 키패드가 부착됐다. 델의 '에얼리언웨어'의 키패드는 약 17mm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게임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오타율을 줄였다.

◇성공할까…가격대 너무 비싸

업계는 게임용 노트북이 고화질 영상에 민감한 20~30대 소비자에게 큰 관심을 끌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뿐 아니라 HD급 동영상, 이미지 등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편집 성능이 기존 노트북보다 크게 개선됐다. 또 고사양 디지털 기기임에도 상대적으로 가벼워 휴대성이 좋다.

조민호 MSI코리아 차장은 "현재까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게임용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3D게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에 대한 수요도 올해부터 급증할 것"이라며 "MSI도 3D게임 출시에 맞춰 게임용 노트북 판매 비중을 전체의 15%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영 델 인터내셔널 이사는 "성능과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이 카페 등 야외에서 3D게임과 컴퓨터 작업을 함께할 수 있는 노트북을 주로 찾고 있다"며 "이들에게 게임용 노트북은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용 노트북 판매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들의 핑크빛 전망만큼 게임용 노트북이 시장에 먹힐지는 아직 미지수다. 압도적인 성능과 매혹적인 디자인을 무색하게 하는 200만~300만원대의 비싼 가격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노트북 가격대가 100만원선임을 고려하면 당장 실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게임용 노트북이 기존 노트북처럼 대중화할 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