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들은 불 앞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산불의 확산 방식을 거의 사람만큼 예측해 이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의 질 프루츠 교수 등 연구진은 자연인류학 저널 최신호에 이런 연구를 발표하면서 불을 이해하는 침팬지의 능력은 인류의 조상이 언제 어떻게 처음으로 불을 다룰 수 있게 됐는지 밝혀 주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세네갈 퐁골리 지역 주민들이 농지 개간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침팬지 서식지와 인접한 풀밭에 불을 놓을 때 침팬지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두 차례 목격했다.

들불을 보면 공포와 불안 반응을 보이고 사망률도 높아지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침팬지들은 불길이 높이 솟을 때도 놀라울 만큼 침착함을 유지하다가 필요한 단계가 되면 유유히 불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들은 불이 어느 쪽으로 번질지 매우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불길이 최고 6m까지 치솟아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류가 세 단계를 거쳐 불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로 불의 개념화, 즉 다양한 조건에서 불의 움직임을 이해함으로써 움직임을 예상하고 불 가까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고, 둘째는 불의 통제 능력, 즉 불을 조절해 연료를 공급하거나 제거하고 더 나아가 불을 끌 수 있게 됐으며 마지막으로 불을 피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퐁골리의 침팬지들이 2, 3 단계의 전제조건인 1단계의 지식을 완전히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아직 도움을 받지 않고 불을 피울 능력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침팬지도 2, 3 단계를 배울 능력은 있지만 손재주가 사람보다 뒤처져서 실제로 불을 피울 수 없을 뿐 인지상으로는 2단계 능력까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침팬지들이 불의 본질과 그 힘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들이 큰 폭풍우가 다가올 때 보이는 매우 과장된 춤 동작을 불을 향해 해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