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장품업체인 네오팜은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충남대학교에 '건선치료 보조제로서 피부외용제' 개발을 직접 제안,아토피케어와 피부노화 방지 크림 등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취약점인 기술력 부족을 산학협력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급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다. 네오팜은 아토피케어 상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2003년 1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24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 네오팜과 같은 해 설립된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호아는 2004년께 모 대학의 교수 제안으로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한 대화방식의 중국어교육용 3D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의 싸늘한 반응으로 재고가 쌓였고,제품개발비 등을 감당못한 호아는 결국 2005년 폐업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산학연 공동기술 개발사업'에서 대학보다는 기업이 제안한 과제의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은 2001~2007년 산학연 공동기술 개발사업을 수행한 대전지역 3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사업을 제안한 주체가 학교(교수)가 아닌 기업일 경우 사업성과가 더 좋았다고 17일 발표했다.

1993년부터 시행해 온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의 성과를 추적해 평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은 연구개발(R&D)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으며,개발과제로 선정되면 정부가 개발비의 75%까지 지원한다.

대전 300개 업체의 공동개발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개발기술이 매출에 직접 기여한 효과는 학교 단독 제안일 경우 64%인 데 반해 기업이 직접 제안했을 경우 71.2%를 나타냈다. 중기청은 대상기업의 설문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성과를 지수화했다고 설명했다.

투자대비 매출증대 효과는 기업 제안이 평균 6.4배로 학교(3.5배) 제안을 크게 웃돌았다. 기업과 학교가 공동제안한 경우에는 투자대비 매출증대 효과가 5.6배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중기청의 산학협력 담당자는 "학문적 · 기술적 접근보다는 시장과 향후 수익성에 바탕을 둔 기업들의 현실적 접근이 더 큰 성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현재 산학협력사업도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먼저 정한 후 협력할 대학을 기업이 직접 평가 · 선정하는 방식의 기업주도형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으로 R&D 투자액 대비 매출액 공헌효과는 평균 7.1배,개발기술 수명주기는 6.3년으로 조사됐다. 또한 참여연구원을 채용한 기업은 전체의 29.7%였으며,업체별 평균 채용인원은 1.6명으로 나타나 이 사업이 고용증대 효과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기청은 내년 상반기 서울 · 경북 · 전북지역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한 뒤 후속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산학공동개발사업의 정부예산은 올해 597억원에서 내년 717억원으로 늘어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