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에서 '데이터 폭발(data explosion)'이 일어날 것입니다. "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9일 기자와 만나 "애플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 무선인터넷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이동통신 시장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이 커지고 넷북,휴대용 인터넷단말기(MID),전자책 등의 보급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데이터 폭발시대라는 큰 흐름을 어느 통신회사가 주도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동안 스마트폰은 값이 비싸고 쓰기 불편했는데 아이폰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며 아이폰 도입 효과를 설명했다. 아이폰이 나오자 SK텔레콤이 경쟁 제품인 'T옴니아2'의 가격을 내리고,LG텔레콤도 '오즈옴니아' 출시를 서두르는 등 통신시장에 스마트폰 경쟁을 일으켰다는 게 그의 평가다.

"KT가 3세대 이동통신과 와이파이(무선랜),와이브로 등 모든 무선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만큼 데이터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와이브로와 와이파이가 스마트폰의 효용성을 높여 KT만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KT는 이들 3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쇼 옴니아'를 출시하면서 자사 와이파이망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와이파이 지역에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FMC(유 · 무선 통합) 서비스도 내놓았다. 내년에 선보일 모든 스마트폰에 와이파이를 탑재하고 전국 1만3000여곳에 설치한 와이파이존(네스팟존)도 5만~6만여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에 비해 앞선 와이파이망을 활용해 가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와이파이 개방으로 수익이 줄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당장은 매출이 줄 수 있지만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면 시장이 커지고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며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에게 뭔가 혜택을 주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 하드웨어 업체는 물론 콘텐츠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게임,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하게 실어나를 수 있어 문화 콘텐츠 분야에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고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KT가 과거에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데 소홀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정체된 정보기술(IT) 시장에 자극을 주고 일거리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사업전망은 "올해보다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는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지만 이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 매출도 얼마나 증가할지 아직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KT 직원들이 내년에는 보다 강력한 전사(warrior)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KTF와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FMC,아이폰 도입 등으로 통신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고 했다.

내년 역점사업으로는 이종 산업과의 융합을 꼽았다. KT는 최근 금호렌터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BC카드 인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와 합작사도 설립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과 통신의 융합은 시대적 트렌드"라며 BC카드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휴대폰 유심(USIM)칩에 개인정보를 넣으면 플라스틱 카드를 여러 장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 카드발급 비용을 줄일 수 있고,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기업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과 IT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순한 통신업체가 아니라 IT능력을 갖춘 통신업체가 되도록 직원들의 IT능력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