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국내에 처음으로 유선전화를 도입한 KT의 사옥에서 앞으로 유선전화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될 전망이다.

2일 KT에 따르면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KT 서초사옥의 모든 공간에는 유선전화(PSTN)가 설치되지 않는다.

KT 서초사옥은 이석채 회장을 비롯해 기업고객부문을 제외한 코퍼레이트센터, 개인고객부문, 홈고객부문, 미디어본부 등 각 부문별 최고경영자(CEO) 및 주요 임직원 1천400∼1천500명이 입주해 사실상 KT의 새로운 본사 역할을 수행한다.

KT는 서초사옥 내 모든 공간에 유선전화를 없애는 대신 평균 5∼6명 정도로 구성된 부서별로 한 대의 인터넷전화(VoIP)를 설치, 대표전화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 임직원에게 유무선융합(FMC) 휴대전화를 지급해 사내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외부에서는 이동전화로 활용하면서 사실상 유선전화를 대신하도록 할 방침이다.

FMC(Fixed Mobile Convergence) 서비스는 말 그대로 유선과 무선의 융합, `휴대전화+인터넷전화'로 `010'과 `070' 두개의 번호를 갖고 와이파이(WiFi) 지역에서는 인터넷전화로 변경해 쓸 수 있는 서비스다.

FMC폰의 경우 자신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다른 동료의 전화로 손쉽게 연결할 수도 있어 사실상 유선전화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된다.

KT는 이에 앞서 광화문사옥의 기업고객부문 직원 35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지급, 휴대전화로 전자결제까지 처리하는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했다.

이처럼 '유선전화 원조'이자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KT가 그동안 주력사업이었던 유선전화를 사내에서부터 없애게 된 것은 인터넷전화의 급성장과 FMC 사업으로의 진화라는 시대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한 때 2천200만명이 넘던 KT의 유선전화 가입자는 인터넷전화의 급성장으로 2천만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9월 말 현재 1천850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LG데이콤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인터넷전화 사업에 몰두할 때도 KT는 유선전화 시장 수성에 주력했지만 올해 초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인터넷전화 시장에 전력을 집중, 최근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KT는 특히 유무선 통합을 계기로 최근 FMC폰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유선전화 사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으로 FM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 홍보실 서민우 상무는 "대표적 컨버전스 상품인 FMC가 향후 기업고객은 물론 개인고객에게도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KT가 먼저 FMC를 구축함으로써 모바일 오피스를 활용해 업무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FMC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