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고판에 붙은 신간 안내를 보고 바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주말이면 미어 터지는 고속도로 교차로를 폐쇄회로(CC) TV 영상으로 보며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사진을 찍어 무선랜으로 즉각 인터넷에 올리는 디지털카메라….

'이동통신 인사이드'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최근 전자책,내비게이션,디지털카메라,넷북 등의 웬만한 디지털기기에 이동통신 시스템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기존 장치에 이동통신 모뎀을 내장,휴대폰으로 통화하듯 원하는 시간에 바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올웨이즈 온(always on)'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거론되는 헬스케어 스마트그리드 등도 이동통신과 결합될 분야로 손꼽힌다.

◆이동통신 인사이드

디지털기기에 이동통신 기능 탑재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제조사,이통사 모두의 욕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통신망에 상시 연결하고픈 소비자,통신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기기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제조사,휴대폰 이외의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이통사들의 이해관계가 삼각으로 연결된 것이다.

작고 저렴한 노트북으로 통하는 넷북은 이동통신을 내장하면서 초고속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KT는 최근 와이브로 모뎀을 내장한 삼성전자의 넷북을 첫 출시했고 LG전자의 와이브로 내장형 넷북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도 내년 초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 등을 내장한 넷북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통신 기능을 넣은 전자책 단말기가 나오면서 PC에서 먼저 콘텐츠를 내려받은 후 전자책으로 옮겨야 했던 번거로움도 사라지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스프린트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전자책을 내려받는 '킨들' 단말기를 먼저 내놓았고 국내서도 LG텔레콤과 KT가 대형 서점들과 제휴해 내년 초 관련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와이브로망을 이용해 고속도로 CCTV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팅크웨어 '아이나비 TZ'),촬영한 사진을 무선랜을 이용해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삼성전자 'ST1000') 등도 이 같은 '이동통신 인사이드'전략을 택한 사례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동통신을 하나의 부품처럼 이용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며 "인텔이 자사 칩을 내장한 PC에 인텔 인사이드라는 마크를 붙이듯 이통사들이 통신 기능을 내장한 기기에 이동통신 인사이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브랜드 넷북,전자책 나온다

이동통신 시스템을 얹은 모델이 확산되면서 디지털기기 사용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기기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통신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마존은 킨들 사용자가 전자책을 내려받을 때 별도의 통화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전자책 제작 및 유통 비용을 줄이는 대신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동통신사가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디지털기기도 등장했다. 해외 사업자인 보다폰과 소프트뱅크는 최근 자사 브랜드를 붙인 넷북을 판매하고 있다. 2년 정도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키로 하면 넷북을 공짜로 준다. 제휴 업체의 넷북을 구매한 사람에게 일정액의 보조금을 주던 국내 이통사들도 시장 확대 여부를 지켜보면서 자체 브랜드 넷북 도입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폰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디지털기기는 물론 산업용 기기에도 이동통신을 접목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헬스케어,스마트그리드,모바일 결제 등도 조만간 이동통신이 접목될 분야"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