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윈도7이 22일부터 전 세계 공식 판매에 들어가면서 PC는 물론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등 관련 산업에도 '특수(特需)효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역대 '윈도 시리즈' 제품 가운데 늦은 속도 등으로 인해 최대 실패작으로 꼽힌 윈도 비스타의 후속으로 출시된 만큼 교체 수요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MS 측은 윈도7이 테스트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며 윈도XP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 판매가 활발해지면 메모리 반도체,노트북 · 모니터용 LCD 패널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반도체와 LCD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1~2위를 장악하고 있는 산업이어서 '윈도7 반사효과'가 한국 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윈도XP PC에서 윈도7 PC로

시장조사 기관 IDC는 올해 말까지 약 4000만개의 윈도7이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중 80~90%가량이 새로운 PC와 함께 팔려나갈 전망이다. 2007년 출시됐던 윈도 비스타의 기능이 기대에 못 미쳤던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PC 교체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OS의 등장을 계기로 올해 말부터 내년 말까지 윈도XP PC 소비자들이 집중적으로 윈도7 PC를 구매할 것"이라며 "특히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PC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윈도7은 터치 패널로 PC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함에 따라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태블릿 PC 시장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빠르면 내년 초 터치PC를 내놓을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D램 시장 열린다

윈도7은 32비트와 64비트 버전으로 나뉜다. 32비트 버전은 최소 1기가바이트(GB),64비트 버전은 2GB의 메모리가 각각 필요하다. MS는 64비트 버전을 이용할 경우 4GB 이상의 D램을 갖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MS가 PC장착 D램에 4GB 이상을 권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64비트 운영체제에서는 이론적으로 16엑사바이트(EB,10의 18제곱 바이트)까지 D램을 쓸 수 있다"며 "PC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개수와 용량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윈도7 효과로 한국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DDR3 D램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처리 속도에 중점을 둔 윈도7의 특성을 감안할 때 PC 메이커들이 DDR3 제품 채용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DDR3 D램은 기존 DDR2에 비해 처리 속도가 2배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30%가량 적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한 차세대 하드 디스크 SDD도 수요가 늘 전망이다. SDD는 집적도와 소음,전력 소모량 등에서 하드 디스크보다 우위에 있지만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모니터 수요 기대

LCD 업계도 윈도7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노트북과 모니터용 LCD 패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사무용 PC 교체를 연기해 왔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윈도7 출시로 PC를 바꾸면서 모니터를 함께 교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블릿 PC용 터치패널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은 다년간 휴대폰용 터치패널을 만들며 기술을 축적해 왔다. 시장만 형성되면 곧바로 모니터용 터치패널을 시장의 수요만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는 모니터용 터치 패널 출하량이 올해 6만㎡에서 2012년 12만4000㎡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