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 정보기술(IT) 제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지난 10년간 3분의 1 이상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대만 I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위상이 빠르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CLSA증권 보고서를 인용,"2000년 일본 기업들은 세계 IT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지난해엔 29%로 급감했다"며 "한국과 대만 기업들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업체들은 지난 10년간 세계 시장점유율을 8.2% 수준으로 키웠고,한국도 반도체와 평면TV 등에서 초강세를 보이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세계 326개 상장 IT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일본 업체들은 특히 소비자 가전 부문과 반도체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에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에 주도권을 내줬고,경쟁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서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04~2008년 관련 업계 매출이 평균 8.7% 늘어난 반면 소니는 매출이 1.8% 증가에 그쳤고 파이오니아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FT는 "일본 기업들의 사세가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의 29%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몇몇 기업들은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중국 기업들의 위상은 이번 조사에서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미국 IT기업들은 세계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불과했지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 혁신을 주도하며 순이익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나 가장 '영양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