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인터넷 온라인게임에 빠져 학업에 충실하지 못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게임중독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기숙사 등지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던 KAIST가 특정시간대 일부 게임사이트 접속차단이라는 극단적인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26일 KAIST에 따르면 지난 23일 내부게시판에 인터넷 게임으로 말미암은 중독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달 1일부터 새벽 2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시간대에 특정 게임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KAIST는 게임 중독 탓에 매학기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이 학부생 3천 명 가운데 50명(2%) 가량 되고, 최근 학사경고를 3차례 받아 제적되고서 군 복무를 마치고 학교에 재입학을 신청한 학생들 가운데 3분의 2가 '인터넷 게임 중독에 따른 학업 부진'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백경욱 학생처장은 "여러 차례 진행한 학생설문조사 결과, 하루 6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하는 중독성 학생들이 상당수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게임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까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백 처장은 또 "인터넷 관련 시설 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학교의 공공시설이며, 이를 학교의 교육과 연구 목적에 맞지 않는 개인적인 오락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이용 제한시간대가 새벽 2시 이후이기에 학생들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학교는 게임중독 학생들을 위해 상담 등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 조치 탓에 일부 학생들에게 불편함이 있다 하더라도 게임에 중독된 학우들을 돕는다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개인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KAIST 학부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대안을 찾아보지 않은 채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접속 차단을 공지했다"며 "학생들의 자율권이 심각히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