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보다도 느려서야..."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 통신회사 텔콤이 `초저속' 인터넷 서비스로 인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명색이 ADSL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해 놓은 텔콤이지만 데이터 전송속도가 비둘기보다도 느린 사실이 입증된 것.
10일 남아공 통신사 사파(SAPA)에 따르면 항구도시 더반에 자리잡은 텔레마케팅 회사 언리미티드는 전날 오전 별난 실험을 실시했다.

텔콤의 ADSL 라인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과 전서구 다리에 데이터 카드를 묶어 직접 `공수'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빠른지를 알아보자고 한 직원이 제안을 한 것.
이에 따라 이 회사는 더반 북부 도심의 콜센터에서 80㎞ 떨어진 외곽에 자리잡은 본사로 4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동시에 생후 11개월 난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대결 결과는 전서구의 싱거운 승리로 끝이 났다.

비둘기가 1시간 8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해 데이터 카드에 담긴 자료를 컴퓨터에 내려받기까지 총 2시간6분57초가 걸린 반면 텔콤 ADSL 라인은 이때까지 전송량이 4%에 불과했던 것.
이 회사가 이 전서구를 하루 빌리는 대가로 주인에게 지불한 돈은 1랜드(한화 160원)에 불과했다.

반면 텔콤의 ADSL 사용료는 4GB 기준으로 장비 렌탈 비용을 포함할 경우 월 1천랜드(한화 16만원)가 넘을 정도로 비싸다.

이에 대해 텔콤 측은 "언리미티드가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은 특별한 경우로, 텔콤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면서 "과거에 이 회사에 (속도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했지만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