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요금 세미나서 OECD 보고서 오류 지적

국내 이동전화 요금수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고서를 둘러싸고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이동통신 요금현황 및 향후 정책방안' 세미나에서 정책당국자나 연구자들은 OECD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특히 주제발표에 나선 이들은 한국의 요금수준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면서 요금인하를 위한 각종 방안을 제시했다.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통신이 주(主)인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이동통신은 e뱅킹, 마케팅, 교육까지 가능한 종합문화서비스플랫폼"이라며 "이용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기본료가 높고 통화료가 낮은 요금제가 많아 OECD 기준통화량을 적용할 경우 요금이 높게 나온다"고 주장했다.

전 과장은 이어 "그동안 결합상품, 저소득층 요금감면 등을 통해 통신비 부담이 상당부분 완화됐으나 이동통신이 문화.경제활동의 핵심인 우리나라는 이용량이 최고수준에 달해 OECD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요금이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OECD 정보통신위원회(ICCP) 정보통신정책분과위원회(CISP) 부의장인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OECD 지표가 한국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1인당 평균 통화량(MOU)과 문자메시지(SMS) 사용량이 많은 국내 현실을 반영해 OECD가 사용하는 바스켓의 기준을 변경하면 한국의 요금수준 순위는 OECD 보고서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OECD 보고서의 바스켓 기준으로는 소량(음성통화량 44분.SMS 33건 기준) 25위, 중량(114분.50건) 19위, 다량(246건.55분) 15위(1위에 가까울수록 요금이 저렴)였으나 국내 평균 이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소량(98.5분.252건) 17위, 중량(197분.148건) 18위, 다량(394건.165건) 10위로 한층 순위가 낮아졌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MOU(착발신 통화량)는 320분으로 OECD 평균 208분의 1.5배에 달하며 SMS 이용건수도 미국, 일본 다음으로 많다"며 "시나리오 결과는 SMS의 실질요금이 저렴한데서 기인하며 MOU 상향화에 따라 요금 순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발달한 요금 할인제가 바스켓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순위가 높아진 한 원인으로 들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도 "지난 1분기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전체 소비지출의 5.8%인 13만4천178원으로 2007년보다 3.8% 하락했으며 이는 물가상승률(6.5%)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0.3% 하락한 셈"이라고 거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이동전화 요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사용량 증가에 따라 절대 금액이 늘어난데다 요금 지출 비중도 계속 커지고 있고 이동전화를 통한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증가한데서 원인을 찾았다.

실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 도시근로자 가구가 지출하는 이동전화 요금 지출액은 2004년 7만8천644원에서 2008년 9만4천487원으로 연평균 5%씩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 요금 지출이 전체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59.4%에서 2008년 69.1%로 껑충 뛰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 통신비 증가추세에 제동은 걸렸으나 이동전화 지출의 비중확대로 이동전화 요금 및 지출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다"며 "요금할인제도가 작년부터 늘어나고 있으나 그 혜택은 가구별로 차별화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전화 시장에 대한 경쟁제도 도입만으로 요금인하를 촉진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자신이 어떤 유형의 통화를 하고 있는지 정보를 파악토록 최적요금비교 사이트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내찬 교수도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 의한 높은 요금수준을 감안, 산업 성장과 요금 인하간 상쇄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드의 인식을 제한하는 심 록(SIM Lock) 해제 제도를 점검하고 선불요금제 도입과 서비스 및 보조금 분리 상품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