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물을 정한 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리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탕!' 소리와 함께 총구를 벗어난 총알이 목표물을 맞히는 사이 그 속도에 버금가는 엄청난 반동이 손가락을 타고 온몸에 전해질 것만 같다.

하지만 아니다. 분명 방아쇠를 당겼는데 총알도, 엄청난 반동도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는다. '찰칵! 스르르~.' 그게 전부다.

몸통만 보면 영락없는 권총이다. 총구 앞에 달린 물건도 언뜻 보면 비밀요원이나 암살범이 남몰래 일을 치르기 위해 다는 '소음기' 같아 보인다.

이 물건의 정체는 장난감도, 그렇다고 진짜 권총도 아니다. 다름 아니라 비디오 카메라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도류(DORYU) 2-16'이란 제품이다.

최신 IT기기를 모아놓은 일본의 '아키룸'이란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이 카메라는 셔터 대신 방아쇠를 당겨 촬영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16㎜ 카메라와 같이 카메라에 렌즈를 꽂는 나사식 구멍인 'C마운트'를 갖추고 있어 렌즈 교환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25㎜ F1.4 니코르(Nikkor) 렌즈가 탑재돼 있다.

권총 모양의 카메라는 일본의 카메라 제조회사 마미야(Mamiya)사가 1954년 경찰 훈련용으로 250대 가량 제작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물론 당시 개인은 구입할 수 없었다.

이 카메라 중 한 대는 1993년 경매에 부처져 1만6500달러(약 2042만7000원)에 팔렸다. 15년 후인 지난해 1월에도 또 다른 카메라 한 대가 미국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를 통해 2만5000달러(약 3095만원)라는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다.

한경닷컴 서희연 기자 shyrem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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