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와 소프트웨어의 제왕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개발에 손을 맞잡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애플 '아이폰' 등에 맞서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른바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약 1억3900만대에서 2012년에는 4억600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흔들리는 노키아,시장 사수 총력

노키아는 12일 MS와 제휴를 맺고 내년부터 내놓을 스마트폰에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탑재하기로 했다. 카이 오이스타모 노키아 부사장은 "이번 제휴는 무엇보다도 블랙베리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키아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가량을 장악하고 있지만 블랙베리와 아이폰 등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올 2분기 점유율은 45%로 전년 동기(47.4%)보다 떨어졌다.

반면 이메일 기능과 기업 업무용 소프트웨어로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킨 블랙베리는 올 2분기 점유율이 18.7%까지 치솟았다. 아이폰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앱스토어'를 내세워 점유율을 13.3%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앱스토어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든 엔터테인먼트 교육 게임 등 다채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올려 공유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한 신개념 오픈(개방형) 마켓이다.

이번 제휴는 노키아의 모바일 OS(운영체제)인 '심비안'의 인기가 블랙베리나 아이폰 OS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키아가 MS와 제휴를 통해 블랙베리폰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S,스마트폰 시장 전략 바꾸나

MS는 지지부진한 모바일 OS 사업에서 탈피해 스마트폰용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2년만 해도 윈도 모바일로 스마트폰용 OS시장에서 1위(15.4%)를 차지했던 MS는 2003년 노키아가 심비안을 내놓으면서 2위로 밀린 뒤 작년엔 RIM에 눌려 3위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엔 애플에까지 밀리며 4위로 전락했다.

MS가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타도 구글' 전략의 일환이란 분석도 나온다. 컴퓨터용 OS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MS는 검색엔진의 선두 주자인 구글을 제압하기 위해 신형 검색엔진 '빙',인터넷 기반의 공짜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내놓으며 공세에 나섰다. 정보기술(IT)시장이 PC에서 인터넷 중심으로 지각 변동을 시작하면서 MS는 올 1분기 매출이 198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136억달러를 나타냈다.

최근엔 구글의 무료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가 대만 HTC,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모바일 OS시장에서 MS의 입지는 더욱 위축됐다. 업계 전문가는 "MS가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맺었던 끈끈한 제휴를 넘어 노키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업체들 간 다양한 합종연횡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