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는 이달 말로 잡힌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평소 회사 일에 쫓겨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신작 게임들을 맘껏 즐겨볼 요량이다. 게임마니아인 K씨에게는 에어컨이 빵빵한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맘껏 즐기는 것이 최상의 피서이기 때문이다.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보면 여름 더위는 저만치 물러나게 마련이다. 경기 불황 탓에 바캉스를 떠나기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터이기도 했다.

K씨 같은 게임마니아에게 이번 여름은 최고의 시즌이 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신작 게임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휴가와 방학이 겹쳐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7,8월에 신작게임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이번 여름엔 특히 풍성해 20여개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게임 풍년이다.

◆대작 게임 봇물 터진다



올 여름에는 유독 대작게임들이 많이 나온다. 일반 공개를 앞두고 대기 중인 대작 온라인게임은 5편에 이른다. 100억원 안팎의 거액을 들여 만든 대작 온라인게임은 NHN의 'C9',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갤럭시게이트의 '카로스온라인',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엠게임의 '아르고' 등이다. 동시접속자수 20만명으로 국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도 이달 말 서비스 이후 첫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어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NHN이 3년 동안 개발해온 액션 RPG(역할수행게임)게임 'C9'을 이달 초 일반에게 첫선을 보였다. 2000명 안팎의 테스트 참가자들만 상대로 하는 비공개 시범서비스와는 달리 전국 PC방을 돌며 일반에게 공개하는 이색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내달 15일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리니지'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들이 설립한 블루홀스튜디오는 NHN을 통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를 내달께 비공개 시범서비스할 예정이다. 개발비 320억원을 쏟아부은 이 게임은 그래픽이 뛰어나 전투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갤럭시게이트의 '카로스온라인'은 KTH를 통해 이달 말 비공개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카로스온라인은 4~5년이 지난 구형 PC에서도 3차원 그래픽이 구현되고 실시간으로 게임 배경이 바뀌는 이색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망치나 방망이 등 도구를 사용해 몬스터를 잡는 새로운 사냥 기법을 적용해 주목받고 있는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기존 게임에 전투 기능을 대폭 강화한 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 워'도 최근 일반에 공개됐다. CJ인터넷의 '심선'은 거대 펫(캐릭터의 애완동물)과 몬스터를 잡아먹는 엽기 펫 등이 등장하는 코믹하면서도 동양적인 참신한 맛을 주는 게임으로 올 여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e스포츠 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실시간시뮬레이션(RTS) 게임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아발론온라인'은 전략성과 정교한 컨트롤 기능에 온라인게임 특유의 팀원 간 '역할 분담' 요소를 더해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위 날리기에 총싸움게임이 제격


긴장감과 스릴을 만끽하기에 총싸움게임(FPS)만한 것도 없다. 이번 여름에는 더위를 날려줄 FPS게임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내 FPS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게임하이와 드래곤플라이가 신작 또는 대규모 업데이트로 이번 여름에 정면 격돌한다.

'카르마온라인'으로 온라인 FPS의 장을 열었던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2'로 승부수를 던졌다. 카르마2는 2차대전으로 독일이 유럽을 지배하는 가상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게임은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만큼 기존 FPS게임과는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국내 FPS게임 시장을 주도해온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은 이달 말에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아이돌 빅뱅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가 추가돼 빅뱅과 함께 전쟁터를 누빌 수 있게 된다. FPS게임으로는 처음으로 '터치 다운'이라는 게임 모드가 추가된다. 웹젠의 '헉슬리;더 디스토피아'도 지난달 1차 비공개 테스트를 마치고 조만간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 게임은 사실감 넘치는 그래픽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화려하고 빠른 전개 방식의 전투 스타일 등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비행슈팅게임에서 음악연주게임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든 짜릿한 비행전투게임도 눈길을 끈다. 넥슨의 '크레이지레이싱 에어라이더',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히어로즈인더스카이(H.I.S)' 등이다. 에어라이더는 공중 추격전,예측 불허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아이템전,스피드전 등을 만끽할 수 있다. 히어로즈인더스카이는 콘솔 분야의 비행슈팅게임에 버금가는 비행 전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3차원 비행 슈팅게임이다. 5개의 버튼만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달 말 서비스될 예당온라인의 '밴드마스터'는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하다. 기타 베이스 드럼 등 6가지 악기로 합주도 할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키노트에 맞춰 키보드를 입력하면 악기가 연주되는 방식이다.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어 복잡한 게임에 익숙지 않은 여성이나 중장년층에게도 제격이다. 서민 넥슨 사장은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압도할 정도로 한국산 온라인게임 신작이 대거 출시되고 있어 이번 여름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적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