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부분 지역에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개미들이 단일 거대 군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일본과 스페인 과학자들은 유럽과 미국, 일본의 광대한 지역에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개미(Linepithema humile)가 원래는 남아메리카 토종 개미였으나 지금은 남극대륙을 제외한 세계 전대륙에 퍼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싸우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사회적곤충연구협회(IUSSI)가 발행하는 `사회적곤충'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유럽 지중해 연안 약 6천㎞,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 약 900㎞, 일본 서부 해안에 걸쳐 거대한 슈퍼군체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개미 군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곤충 군체로 지배 면적 규모 면에서 사람에 필적할 정도이며 사람이 본의 아니게 이들의 군체 유지를 도와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개미들은 매우 강한 세력권세 습성을 갖고 있지만 광대한 영역에 사는 아르헨티나개미들은 비록 수천 ㎞ 떨어진 지역에 살더라도 같은 종의 다른 집단에 대해 너그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개미의 대규모 군체는 각각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수십억에 달하는 개체들이 단 하나의 전세계적인 거대군체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유럽과 일본,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들 개미의 표피에 함유된 탄화수소의 화학적 성질이 너무나 유사한데 놀랐지만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이들의 지구 지배 야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돼 더욱 놀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규모가 가장 큰 유럽의 슈퍼군체와 이보다 규모가 작은 이베리아 반도 와 캘리포니아의 슈퍼군체, 이보다 더 작은 일본 서부 해안과 고베 지역의 슈퍼군체들로부터 각각 야생 개미들을 채집, 어느 군체에 속하는 개미들이 가장 공격적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규모가 작은 슈퍼군체에 속하는 개미일수록 서로에 대한 공격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일본 서부 해안의 개미들은 고베 지역의 개미들과 싸우지만 유럽의 개미들은 이베리아의 개미들과 싸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과 캘리포니아의 슈퍼군체에 속하는 개미들과 일본에서 가장 큰 슈퍼군체의 개미들이 만났을 때는 공격이나 서로 피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 더듬이를 비비는 행동을 보였다.

이들의 행동을 요약하면 각기 큰 바다를 사이에 둔 다른 대륙에 살긴 하지만 마치 모두 한 군체에 속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들 세 개의 슈퍼군체에 속하는 개미들이 실제로 한 가족이며 모두 유전적 유연관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처음 만나면 각자의 표피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성분으로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거대한 서식지 범위를 가진 다른 동물은 인간 뿐"이라고 지적하고 "아이러닉하게도 이들의 메가군체 형성을 도운 것은 이들을 전세계로 운반하고 세 대륙의 개미들을 계속 만나게 해 줘 메가군체가 지속적으로 섞일 수 있게 해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