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전략 휴대폰 '제트'가 제품도 나오기 전 200만대의 선(先)주문을 따냈다. 휴대폰 딜러들과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전 마케팅과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글로벌 제품 발표회가 제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략 제품은 이렇게 알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삼성전자가 기술력뿐 아니라 마케팅 역량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제트 관련 기사만 1만건

삼성전자 관계자는 22일 "제트 제품을 공급해달라는 해외 이동통신회사들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며 "지난 4월 내놓은 터치스크린 휴대폰 '울트라 터치'가 180만대가량의 주문을 미리 받았는데 제트는 이보다 20만대 이상 많다"고 말했다.

제트는 기존 LCD(액정표시장치)보다 선명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OLED(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를 화면으로 채용한 제품이다. 삼성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웹브라우저 '돌핀'을 통해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최대 5개의 인터넷 창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이 제품이 얼마나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지는 제트와 관련된 기사의 숫자로 증명된다.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제트'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하면 1만건이 넘는 관련 기사가 뜬다.

◆'서프라이즈' 효과를 노려라

제트는 '호기심 자극 전략'으로 제품 설명회 전부터 점수를 땄다. 제품명이나 사양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휴대폰을 X레이로 찍은 사진만 언론에 공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5000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벤트의 컨셉트도 비밀을 엿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포장된 상자를 풀러본다는 의미의 'unpacked'로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이기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까'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티저 마케팅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설명회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주안점을 두고 진행됐다. 우선 한 곳에서만 제품 설명회를 진행하는 관례를 깼다. 제품이 출시되는 50여개국 중 각 대륙을 대표하는 도시로 런던,두바이,싱가포르 등을 선정,동시에 제품 설명회를 개최한 것.국경을 넘나드는 입소문 효과를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도시별로 이뤄지는 설명회의 컨셉트는 색상을 중심으로 잡았다. 런던은 '블루',두바이는 '그린',싱가포르는 '퍼플'을 이미지 컬러로 도입해 엇비슷하면서도 상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행장에서 열린 제품 설명회

설명회 장소에도 변화를 줬다.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싱가포르 창이 엑스포장,런던의 템즈 강변 등이 설명회 장소로 활용됐다. 호텔에서 이뤄지는 다른 제품 설명회와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시차를 두고 21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이뤄진 설명회는 제트기 전시회장 '오토&테크닉'을 활용했다. 제품명 '제트'와 제트기 이미지를 연결시킨 것.이 행사에는 제트기 엔진이 장착된 1908년형 슈퍼카인 '브루투스(BRUTUS)'까지 등장했다.

메인 행사인 제품 설명회는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진행됐다. 진행자가 3차원 홀로그램으로 연출한 휴대폰 이미지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끌어오며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설명회를 버라이어티 쇼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제품 소개 영상,카운트다운 영상 등 총 6개의 영상을 준비했으며 아크로바틱(곡예) 공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제트 설명회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싱가포르 행사에선 제품 발표회 후 참석자들이 기립박수가 나왔다. 야외에서 진행된 영국 행사에서는 폭우에도 불구,관객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독일 제트기 전시장 설명회 역시 2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