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치 '대(大)화면'으로 월드컵 축구나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는 느낌은 어떨까.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봤음 직한 안방극장이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HD급 프로젝터 가격이 최근 100만원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50인치 TV를 살 돈이면 충분히 '나만의 극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나만의 극장'을 위한 프로젝터 구입요령을 알아본다.


◆집안 크기부터 재라

안방극장도 '극장'이다. 우선 프로젝터를 설치할 집안의 공간이 충분한지 먼저 살펴야 한다. 홈프로젝터 시장이 커지면서 제조사들이 최소 투사거리를 많이 줄여놓긴 했지만 스크린과의 거리가 최소 3m는 넘어야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간혹 투사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아 훌륭한 프로젝터를 장만하고도 70~80인치 정도의 크기로밖에 영화를 볼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또 100인치 와이드 스크린은 가로 · 세로 크기가 2200×1250㎜에 달해 공간 확보가 가능한지 미리 체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용면적 59㎡(24평형) 아파트의 거실 크기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내게 맞는 프로젝터는

'LCD(액정 표시 장치) vs DLP(디지털 광원 처리)''렌즈시프트''안시루멘''콘트라스트 비율'….다소 생소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젝터를 구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할 용어들이다.

먼저 프로젝터는 구동방식에 따라 LCD와 DLP로 나뉜다. LCD는 영상이 맺힌 액정을 램프 빛이 통과하면서 투사하는 방식이고,DLP는 DMD 칩셋에 달린 수많은 거울이 회전하면서 만들어 낸 영상을 램프가 스크린에 옮기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LCD 방식은 화사하고 부드러운 색감이 장점이지만 액정무늬가 스크린에 옮겨져 나타나는 '스크린도어 이펙트'(사각형의 픽셀 간격이 눈에 띄는 현상)가 눈에 거슬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DLP 방식은 선명하고 진한 색감을 자랑하지만 눈을 자주 깜박거리거나 예민한 사람들은 '레인보우 이펙트'(화면의 잔상이 남아 눈에 어른거리는 현상)의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프로젝터 전문 유통업체인 AVBEST의 송창현 과장은 "색감은 LCD 방식이 앞서지만 아직까지는 필터청소 · 격자감 등의 문제로 인해 DLP 방식이 인기"라며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직접 시연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렌즈시프트 기능은 말 그대로 렌즈를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이다. 실제로 프로젝터를 설치해 보면 스크린과 직각으로 배치하기가 쉽지 않은데,이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이므로 설치공간이 좁을수록 반드시 지원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안시루멘은 화면의 밝기 정도를 표현하는 단위로,일반적으로 1000안시루멘 이상이면 적당하다. 콘트라스트 비율(명암비)은 화면의 가장 어두운 곳과 가장 밝은 곳의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새까만 밤 하늘 같은 암부 표현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선택하는 프로젝터는



HD방송이나 블루레이급의 고화질 영상을 LCD TV에 준하는 수준으로 감상하려면 최소한 720P,즉 HD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을 사야 한다. 물론 1080P 풀HD 프로젝터도 많이 나와 있지만 아직까지 20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옵토마의 DLP방식 'HD65'는 1280×768의 해상도와 4000 대 1의 높은 명암비,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게도 1.8㎏에 불과해 설치와 운반시 불편함이 없고 프로젝터 시장의 선두업체답게 선명하고 화사한 색감을 제공한다.

LG전자 'AH215'는 가격 대비 선명한 화질과 저렴한 램프교체 비용(약 13만원)이 장점이다. 거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광학스크린에 최적화돼 있어 차광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디테일한 화면을 보여준다. 프로젝터 전문기업 하이비전의 문정식 과장은 "몇년 전만 해도 프로젝터 구입 문의가 소니와 엡손 일색이었지만 요즘 LG 제품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제조사들의 기술력이 비슷해지면서 아무래도 애프터서비스를 고려한 선택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풀HD 제품으로는 벤큐의 'W5000'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130만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DLP 방식 특유의 암부 표현력과 1만 대 1의 높은 명암비가 선예도 높은 영상을 만들어 낸다. 단 100인치 투사거리가 4m가 넘고 렌즈시프트 기능이 없다.

삼성전자의 'SP-A800B'도 주목받는 풀HD DLP 프로젝터다. 삼성의 야심작답게 세계적인 영상전문가인 조 케인이 개발에 참여해 유명세를 탔고,실제 고급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이나믹 블랙'이란 기능을 통해 보여주는 깊이 있는 화면과 영화의 초당 프레임수와 같은 24p 필름모드가 장점이다. 이에 반해 수평방향의 렌즈시프트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 300만원을 넘는 높은 가격이 부담이다.

소니의 LCD 방식 풀HD 제품인 'VPL-HW10'은 3m에 불과한 짧은 100인치 투사거리를 자랑한다. 소니 특유의 발색력과 상하 65%,좌우 25%의 렌즈시프트 기능,묵직한 블랙 표현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역시 다소 높은 가격이 단점이다.


◆아는 만큼 잘 산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터는 TV와 달리 음향이나 TV수신을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나 HD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재생기와 연결해야 한다. 만약 기존 PC나 노트북을 재생기로 쓴다면 5만원 안팎의 TV수신카드만 장착해도 충분히 대화면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 스크린,스피커시스템 등 주변장치는 온라인사이트 DVD프라임(dvdprime.paran.com) 와싸다닷컴(www.wassada.com) 등을 통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몇만원짜리부터 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가격이 곧 품질을 대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50인치 TV 한 대 가격으로 화면 크기가 4배가 넘는 100인치의 감동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대가라고나 할까.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