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속도가 빠른 무선 인터넷은 처음이에요. "

20일(현지시간) 요르단 수도 암만 시내의 한 카페.인터넷 서핑에 푹 빠진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SK텔레콤이 국내 기술력으로 서비스를 개통한 무선 초고속인터넷 '와이맥스'를 통해서다. 회사원 마흐모드 데이프알라씨(24)는 "선 없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사용한 인터넷 속도는 초당 1~2메가비트(Mbps) 수준.100메가 광랜이 보편화된 한국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전화모뎀과 ADSL에 익숙한 그들에겐 와이맥스가 '디지털 고속도로'처럼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중동 지역 와이브로 물꼬 텄다

SK텔레콤이 요르단을 시작으로 한국 와이브로 기술의 중동 진출을 본격화했다. 요르단 통신사업자인 쿨라콤 요르단이 이날 SK텔레콤의 기술 지원과 SK텔레시스의 장비로 암만 지역에서 와이맥스 상용서비스를 개통한 것.이날 개통식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바셈 로산 요르단 정보통신부 장관,최신원 SKC 회장,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마이크 페너 쿨라콤 사장,하짐 알라딘 쿨라콤 요르단 사장 등이 참석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쿨라콤사와 255만달러 규모의 서비스 컨설팅 계약을 맺고 암만 지역의 와이맥스 망 설계 및 최적화,서비스 운용 기술 및 기획 등 전반적인 사업 컨설팅을 지원했다. 국내외 통신 인프라 운용 경험을 살려 서비스 개통을 이끈 것이다. SK텔레시스는 암만 지역의 30%를 커버할 수 있는 와이브로 기지국 장비를 수출했다. 그동안 와이브로의 해외 진출이 장비 위주였다면 요르단 서비스는 SK그룹의 통신서비스 · 장비회사 간 협력을 통한 해외 진출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쿨라콤이 상용화한 와이맥스는 국내에서 이용하는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와 다소 다르다. 무선으로 1~2메가급 속도의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것은 같지만 이동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고정형 와이맥스로 불린다. 기지국에서 가입자용 중계기까지는 무선으로 연결되지만 중계기에서 랜선을 뽑아 노트북 등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쿨라콤은 우선 고정형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향후 모바일 와이맥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250만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중동,동유럽으로 와이브로 영토확장

SK텔레콤이 요르단을 선택한 것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동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시리아,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에 둘러싸인 중동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국토의 80% 이상이 사막인 요르단은 중동지역에선 드물게 석유자원이 없지만 교육열이 높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르단 인구 580만명 중 인터넷 이용자는 150만명 정도로 이용률이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화모뎀과 ADSL 방식이 주류여서 유선에 비해 망을 까는 비용이 저렴한 와이맥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SK텔레콤은 이번 요르단 진출을 통해 유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초기 단계인 중동 및 동유럽 지역으로 와이브로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쿨라콤과 438만달러 규모의 추가 컨설팅 계약과 218만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쿨라콤은 중동과 동유럽 지역에서 인터넷을 비롯해 인터넷전화(VoIP),인터넷TV(IPTV),게임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올해 초엔 바레인에서도 와이맥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쿨라콤은 바레인과 요르단에 이어 터키 그리스 이란 등 총 9개국에 와이맥스를 서비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암만(요르단)=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