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을 호가하는 인기 휴대폰이 공짜로 돌아다닐 정도로 이동통신회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년간 특정 이통사를 사용하는 조건(의무 약정)에 받을 수 있는 공짜 폰만 50여종에 달한다. 시장 경쟁이 뜨겁다던 지난달 공짜 폰 수 35종에 비해서도 30% 이상 늘어났다. 50만원 안팎의 휴대폰들이 공짜로 넘겨지고 일부에서는 가입비(3만~5만5000원)까지 면제해 준다.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휴대폰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영업을 강화하는 통합KT,기존 가입자를 지키려는 SK텔레콤의 맞대응,만만치 않은 3위 LG텔레콤의 선공 등이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합병 앞두고 영업 강화하는 KT

통합KT가 6월1일 공식 출범하는 게 통신시장 전반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KT 출현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일단 가입자를 늘려놓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KT는 합병을 계기로 영업 조직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본사 인력 3000명을 영업 현장으로 배치한 데 이어 각 영업 지사별로는 실적 향상을 위해 '100일 작전''신규 가입자 0000명 확보' 등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합병을 앞둔 지사 조직의 충성 경쟁이 가입자 유치 경쟁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KT 야전 영업 인력들의 활약에 힘입어 두 달 연속 20%대에 머물던 KTF의 월 순증 점유율(늘어난 전체 가입자 중 특정 이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월 30.4%로 높아졌다.

◆만만치 않은 3위 LG텔레콤

평소 수비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던 3위 LG텔레콤이 새로운 요금 상품 등을 통해 선공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경쟁 요인이다. SK텔레콤의 우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요금제 이름까지 비슷한 할인 상품(세이브 요금제)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보조금 경쟁에서도 주력 제품인 오즈폰을 구입할 때의 혜택을 확대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상당한 실탄을 확보한 만큼 자금력에서도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LG텔레콤의 순증 점유율은 2월 25.4%,3월 18.9%,4월 23.4%로 3개월 연속 기존 시장점유율(18%)을 웃돌았다. 선발 업체들이 보조금 공세를 강화할 때마다 가입자를 뺏기던 예전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저렴한 요금 상품과 효율성이 높은 직영망 중심의 영업조직 등을 적절히 조율해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가장 실속 있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50.5% 점유율 양보할 수 없는 SK텔레콤

최근 판매되는 50여종의 전체 공짜 폰 중 SK텔레콤 제품만 25종에 달한다. SK텔레콤의 가입자 확대 의지가 얼마나 큰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공짜 폰을 늘린 가장 큰 이유는 지난달 뒷걸음질 친 점유율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순증 점유율이 46.2%에 그쳐 전체 시장 점유율도 50.47%로 낮아졌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50.5%의 기존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SK텔레콤이 영업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 이통사를 바꾼 번호이동 가입자가 76만여명에 달해 이런 추세라면 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3월 기록(119만명)을 갈아치울 기세"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