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악질 세훈씨' '만취한 채 민폐 끼치는 주성영'

한 때 인터넷에 게시됐다가 이해당사자의 의견 제시로 사라진 글 중 일부 표현들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최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주최 공청회에 공술인 자격으로 참석해 이같은 '임시조치' 사례들을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상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이해당사자가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제시하면 인터넷 사업자는 30일간 글이 보이지 않도록 임시조치해야 한다.

오 활동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지난해 10월 20일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주성영퇴진]만취한 채 민폐 끼치는 주성영의 싸이월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주성영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요구로 임시조치됐다.

게시글 내용은 제목과 함께 주 의원의 미니홈페이지 주소와 '방명록에 방금 글 남기고 왔어요' 뿐이다. 주 의원은 실제로 수 차례 음주 관련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오 활동가는 "미니홈피 주소야 어차피 공개된 것이고, 더구나 주성영 의원은 명백히 공인이며, '만취한 채 민폐 끼치는'은 해당 정치인에 대한 게시자의 주관적 평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29일 다음의 한 블로그에 게시된 '고의방화, 도심테러라고? 인두껍을 쓴 이들'이라는 용산 참사 관련 글도 장제원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신고로 임시조치됐으며,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시위 관련 다음 아고라 게시글들도 시위 현장에서 진압봉을 휘두른 경찰 간부의 요청으로 다수 삭제됐다고 오 활동가는 전했다.

특히 시위 관련 게시글 중에는 해당 경찰 간부에게 정중하게 쓴 공개 질의서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오 활동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수행된 공무에 대한 비판 게시글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이유로 임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2007년 11월 다음 블로그에 오른 '[대놓고비꼬기]세훈씨 서울시장되니 00씨 판박이네!'라는 글도 서울시 요구로 임시조치됐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비판 글이었으며, '순악질 세훈씨' 등 표현과 이 시장의 눈썹을 일자로 만드는 등 비꼬는 사진이 포함됐으나 욕설은 없었다.

오 활동가는 "인터넷 상의 표현이 실시간으로 복제, 전파되기 용이하고 계속적으로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행 임시조치는 절차 및 판단 주체 등에 있어서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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