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 규모 늘려…통합 KT 출범 앞두고 '전운'

공짜로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이 지난달 대비 75% 가량 늘어나는 등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일부에서는 50만원대 가격의 휴대폰까지 무료로 팔고 있다.6월 1일 통합 KT 출범을 앞두고 가입자를 미리 확보해 두려는 이통사들의 전략이 충돌하면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6일 기준 서울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지의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공짜폰은 35종까지 늘어났다.

SK텔레콤과 KTF가 각 15종 가량,LG텔레콤도 4~5종에 달한다.2년 가량 특정 이통사를 사용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의무약정 조건에 가입하면 30만~40만원대 휴대폰을 손쉽게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지난달까지 20종 안팎에 불과하던 공짜폰이 이달 들어 75% 가량 늘어났다.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는 조건까지 추가 약속하면 50만원대 터치휴대폰까지 무료로 구매할 수 있다.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할 때 휴대폰 가격을 깎아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보조금 규모를 늘린 게 공짜폰 확대의 요인이다.용산지역 한 이통사 대리점 사장은 “지난달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휴대폰당 2만~3만원 가량 보조금이 늘어났다”며 “이통사들의 전략 휴대폰의 경우,전월 대비 10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통사 간 불법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LG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 대리점이 KTF 사용자가 번호이동(이통사를 변경해 가입하는 절차)을 신청할 때 보다 LG텔레콤 사용자가 번호이동할 때 보조금을 최고 15만원까지 더 주는 이용자 차별행위를 하고 있다”며 “일부 지방 상가에서는 SK텔레콤의 보조금 차별 지급 때문에 이통3사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에서 LG텔레콤 권매사(휴대폰 판매를 권유하는 계약 직원)가 철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리점 차원에서 보조금 차별 지급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사 차원에서 이를 지시한 적은 없다”며 “도리어 LG텔레콤이 최근 무리한 가입자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유통 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졸업·입학이 시즌이 끝난 4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다.이례적으로 4월에 가입자 유치 경쟁이 가열된 것은 이통사들이 통합KT 출현을 앞두고 시장 지배력을 조금이라도 높여 두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유선 1위,무선 2위 사업자가 합쳐진 KT의 출범 이전에 한 명의 가입자라도 미리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공짜폰이 늘어나면서 1월 35만명에 불과했던 번호이동 가입자가 4월에는 70만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통사를 바꾸는 등 가입자 이동이 많은 이동전화 시장은 통합KT 출현을 전후로 유동성이 가장 커질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