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대비 투자비중 KTF, LGT, SKT 順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후발사업자보다 외형적인 투자비는 많으나 실질적인 투자비중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이동통신 3사의 IR 보고서에 따르면 SKT는 2007년과 2008년의 영업이익 대비 투자비가 각각 85%와 93%를 기록한 반면 후발사업자인 KTF의 영업이익 대비 투자비는 2007년 251%, 2008년 212%로 나타났다.

LG텔레콤 역시 2007년 192%, 2008년 183.1%로 SKT에 비해 훨씬 높았다.

업계는 SKT의 투자비중이 낮은 현상에 대해 여러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해외사업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T는 수년 전부터 국내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며 미국, 중국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냉혹한 실패를 맛봤다.

SKT는 2006년 미국의 어스링크와 함께 가상이동망서비스(MVNO) 사업자인 '힐리오'에 3년간 4천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지난해 7월 버진모바일에 400억원을 받고 지분을 매각했다.

단순히 지분 투자액만 놓고 봤을 때, 3천600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지만, 일각에서는 유통망 구축, 미국 시장 내 단말기 수급 등에 쓴 돈까지 합하면 손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도 1조원을 투자해 2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6.61%를 사들였지만, 차이나유니콤이 차이나넷콤과 합병되면서 지분율이 3.8%로 줄어들었다.

베트남에서도 시장진출 초기 투자를 만회할 정도의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SKT가 독점으로 보유한 800㎒라는 황금 주파수가 투자를 유인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800㎒ 주파수 대역은 건물이나 산을 만나 우회할 수 있는 정도인 회절성이 강한 우량 주파수로, 후발사업자가 사용하는 직진성이 강한 1.8㎓ 주파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투자비를 적게 들이고도 좋은 통화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SKT가 이 시기에 유지한 2세대(G)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병행하는 시장 판매 정책도 투자비중이 낮은 다른 이유다.

KTF가 3G 시장 1위 목표를 선언하며 3G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SKT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3G로 전환했다.

3G 시장에서 성공할지도 미지수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투자하면 늦지 않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후발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비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해 국가 통신산업 발전과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