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위기에 놓였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규제와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가칭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www.exilekorea.net)'에는 지난 12~13일 이틀간 1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7월 북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만들었으며 하루 평균 방문자 200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구글이 유튜브코리아의 실명제를 거부하는 등 포털 사이트 규제가 논란이 되자 관심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입법조사 회답에서 "인터넷 실명제,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가 도입될 경우 '사이버 망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 망명이 촉발되면 검색, 이메일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에 큰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대법원이 개인 비방성 내용을 전달한 기사와 악성 댓글을 방치한 포털 업체들에게 명예훼손에 따른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또 하나의 결정타다.

짧게 봐서는 비슷한 내용의 소송과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길게 봐서는 조금이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기사는 사전에 배제함으로써 '정보와 의견 교환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 역시 발등의 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불법 복제물의 삭제나 전송 중단 명령을 3회 이상 받은 게시판은 심의를 거쳐 최대 6개월 이상 이용을 정지시킬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걸리지 않으려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게시물을 일일이 확인해서 걸러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인터넷 업계의 입장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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