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UCC(손수제작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9일 한국 정부의 규제에 맞서 한국 사이트의 실명제 도입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구글의 원칙을 한국에서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글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을 수용해 구글의 원칙이 훼손될 경우 앞으로 구글이 서비스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글로서는 유튜브 한국 사이트의 위축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 철학을 지키는 것이 글로벌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구글의 레이첼 웨트스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이날 구글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소수 의견일지라도 말하게 하고, 불편하거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의견들도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자유로운 생각의 표현에는 분명히 실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번 결정의 이유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구글은 "인터넷상에 무엇이 보여지고 안 보여져야 하는지 결정하는 중재자가 아니고, 결코 구글이 그런 역할을 해서도 안된다"면서 "구글은 통제자로서의 역할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시장성이 작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기업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글코리아와 유튜브 한국사이트가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거대 포털 사이에서 돌파구를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동영상과 댓글을 막더라도 국내 이용자들이 국가를 한국 이외 다른 국가로 설정하고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할 경우 동영상과 댓글 등의 게시물 올리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튜브 이용에 큰 불편이 없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유튜브 한국 사이트를 폐쇄하지 않고 실명제를 거부하는 정도로 방향을 잡는데 이 같은 기술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주름잡는 구글이 한국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데 따른 파장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대한 대응 수위에 대해 외국 언론에서도 관심을 표명해왔다.

지난 2월 30일에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에는 구글의 표현의 자유 보장 방침이 한국에서 시험대에서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국내 포털 등 인터넷 기업 입장에서는 세계 1위 검색 사이트가 이를 거부한 것은 난감할 따름"이라며 "이용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구글 입장에서는 유튜브 코리아의 사업이 위축되더라도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