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삼성전자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는 경북 구미공장은 지난해 9월 이후 평균 가동률(정규 근무시간 기준)이 100%를 넘어섰다. 고급 터치스크린 휴대폰 '햅틱 시리즈'와 스마트폰 '옴니아' 등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요즘엔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리고 있다.

#사례2. LG전자 평택공장에선 이달부터 정규 근무를 마치고 두 시간씩 특근을 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보급형 터치폰 '쿠키폰'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주문량을 맞추기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도하는 한국 휴대폰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노키아의 텃밭 유럽도,모토로라의 안방 미국도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도 10년 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군살을 미리 빼둔 한국 기업들의 약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근은 물론 신규 설비까지

상근직원 1만2000여명에 450여개의 협력사를 거느린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최근 내수용 제품과 스마트폰 등의 판매가 늘면서 부쩍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옴니아의 세계 시장 판매량이 250만대를 넘는 등 고급 터치폰의 주문이 많아져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이 10~15%가량 위축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지난해 판매량(약 2억대)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베트남 공장을 예정대로 6월 이전에 가동할 계획이다.

LG전자 평택공장에선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주말도 없이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쿠키폰 라인은 제품이 출시 4개월 만에 130만대 이상 판매돼 특근까지 필요하게 됐다"며 "다음 달부터는 신제품 출시가 더욱 늘어나 생산 물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이 공장에선 손목시계형 3세대(G) 휴대폰인 '터치 와치폰' 생산라인을 짓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휴대폰의 재발견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09'는 한국 휴대폰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였다. LG전자는 단독으로 행사의 메인 후원사(플래티넘 스폰서)로 나섰을 뿐만 아니라 3차원(3D) 화면 등을 탑재한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회사가 1년여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고급 3D 터치폰 '아레나'와 투명 키패드폰 'GD900' 등은 외신기자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의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화'를 주도하고 있다. 휴대폰이 MP3 플레이어,카메라,TV 등을 넘어 PC와 영화관 기능까지 갖춰가고 있는 업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800만 화소 카메라폰 이노베이트와 픽손 등을 내놓으며 고화소 카메라폰 시장을 주도한 데 이어 최근에는 모바일 프로젝터를 장착한 '햅틱빔'과 같은 제품으로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노키아 주춤…삼성 · LG는 점유율 급상승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최근 핀란드 살로 공장의 생산량을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직원 2500명을 대상으로 20~30%씩 순환 휴직제를 시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살로 공장은 노키아가 1998년 글로벌 '넘버 원'으로 등극할 당시 토대가 됐던 공장이다. 노키아는 직원 320명의 핀란드 이베스킬레의 연구 · 개발(R&D)센터도 최근 폐쇄했다.

미국 모토로라의 인력 구조조정은 더욱 가혹하다. 지난해 10월 3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000여명을 추가로 줄였다. 굳게 지켜온 미국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도 작년 3분기부터 삼성전자에 넘겨줬다.

경쟁사들이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엔 노키아가 철옹성 같은 위세를 자랑하던 유럽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서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1.8%,LG전자는 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은 27.8%로 노키아(41.5%)를 바짝 뒤쫓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