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DNA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나노 수준의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를 개발,인공 근육 실용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김선정 한양대 전기제어생체공학부 교수와 이문호 포스텍 화학과 교수팀이 DNA 가닥 끝에 플러린(탄소 원자로 이뤄진 축구공 모양의 신물질)을 붙여 운동성이 뛰어난 분자기계를 만들어 작동 메커니즘까지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전문 국제 저널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한 가닥의 DNA 양 끝에 풀러린을 결합시켜 '풀러린-DNA 하이브리드 분자기계'를 구성한 뒤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이 분자기계의 3차원 구조와 기능 수행에 관여하는 풀러린의 역할을 밝혀냈다.

염기 21개로 이루어진 한 가닥짜리 DNA 사슬은 풀러린이 결합되기 전에는 폭이 6㎚(1㎚=10억분의 1m) 정도의 엉킨 실타래 형태였으나 양 끝에 풀러린을 붙여 산성 조건에 두면 4㎚ 정도로 수축하고 염기성 상태에 두면 8㎚ 정도로 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환경의 산성도에 따라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하는 '풀러린-DNA 하이브리드 분자기계'는 인공 근육을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여러 층으로 쌓으면 손상된 근육세포 등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풀러린-DNA 하이브리드 분자기계'의 실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기고 신약 개발 및 나노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