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 최강자인 KT가 현행 PC 기반의 통신기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기를 내놓고 집전화 시장에 거센 돌풍을 예고했다. 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 목표도 200만명으로 공격적으로 잡았다. 그동안 기존 집전화 매출 감소를 우려해 소극적 행보를 보였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KT의 가세로 LG데이콤,SK브로드밴드 등 통신업체와 케이블TV 업계 간 인터넷전화 가입자 확보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인터넷전화 업그레이드

KT는 11일 광화문 KT아트홀에서 차세대 인터넷전화 '스타일(STYLE)'을 선보였다. 음성 중심(VoIP)이 아닌 부가서비스(SoIP)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형 단말기로 MP3플레이어를 만드는 레인콤이 개발에 참여했다.

스타일폰은 피라미드 모양의 디자인에 7인치 대형 화면을 갖춰 전화기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의 느낌을 준다. 터치스크린 기능을 적용해 중장년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화면에 메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휴대폰에 보낼 수 있다. 쓰기가 불편했던 자동응답시스템(ARS)도 영상이 결합돼 비디오응답시스템(VRS)으로 진화됐다. 화면을 보면서 항공 예약 등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홈뱅킹도 전화기에 카드리더기를 달아 은행의 ATM장치를 집에 옮겨놓은 것처럼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스타일폰은 복합 멀티미디어 기기나 단순한 PC 기능도 갖췄다. 전자액자 기능을 이용한 사진 감상은 물론 동영상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고 FM라디오와 함께 인터넷 라디오도 지원된다. PC를 켜지 않고도 날씨 · 뉴스 · 증권정보는 물론 실시간 교통정보를 CCTV 화면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인근 시설의 정보를 검색해 터치만으로 통화 연결이 되는 지역정보 서비스도 있다. PC처럼 바탕화면을 시계 달력 날씨 뉴스 게임 등 즐겨 쓰는 메뉴로 꾸미는 '위젯' 서비스도 한다.

KT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기능을 추가하고 웹페이지를 검색하는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도 개방할 예정이다. 인터넷 전화판 앱스토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두환 KT 부사장은 "스타일폰은 기존 통신서비스에 인터넷 기술과 시각적 요소를 접목해 멋과 기능을 함께 디자인한 제품"이라며 "스타일폰 출시를 계기로 고객의 일상을 변화시켜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통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스타일폰은 3월 말부터 3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 기간 약정과 결합상품 할인 등을 받으면 10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000만명을 사수하라'

KT는 작년까지만 해도 경쟁사들의 인터넷전화 공세에 별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이석채 사장 취임 후 정면돌파로 전략을 수정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전화 가입자 2000만명 선이 붕괴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KT는 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 200만명을 확보해 집전화 가입자와 합쳐 총 2000만 가입자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3월 말까지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이 인터넷전화를 3년 약정으로 추가 가입하면 설치비와 월 기본료 2000원을 면제해 주고 10만원 상당의 인터넷전화기도 공짜로 준다. 집전화와 인터넷전화를 동시에 쓰도록 해 가입자 이탈과 급격한 매출감소를 막겠다는 포석이다. 이르면 상반기 안에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무료 통화도 실시할 계획이다.

KT는 요금 절감 못지않게 프리미엄 고객을 중심으로 스타일폰 가입자 확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올해 스타일폰 가입자 목표는 10만~20만명이다. KT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전화 1위인 LG데이콤은 5만원대의 저가 단말기를 출시하는 동시에 무선인터넷전화기(와이파이폰)도 총 4종으로 늘려 수성에 나설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의 결합상품 확대로 가입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역밀착형 마케팅과 케이블TV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결합상품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