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상 처음으로 유전자변형 동물에서 추출한 약물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동물 유전자변형을 통한 의약품 연구 ·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FDA는 미 GTC 바이오세러퓨틱스사가 유전자 변형 염소의 젖에서 추출해 개발한 항응고제 에이트린(ATryn)을 승인했다고 7일 발표했다. 에이트린은 인간의 항응고 단백질인 항트롬빈(antithrombin) DNA를 염소의 단세포 배아에 주입한 다음 이 배아를 염소 자궁에 착상시켜 유전자 변형 염소를 만들고 이어 이 중 암컷의 젖에 들어 있는 항트롬빈을 추출해만든 약품이다. 이 약은 지나친 혈액응고를 일으키는 희귀성 난치병인 유전성 항트롬빈 결핍증 치료에 쓰이게 된다. FDA에서 수의약물을 담당하는 버나뎃 던햄 박사는 "유전자변형 염소를 일곱 세대에 걸쳐 면밀히 관찰한 결과 모두 건강했으며,재조합된 DNA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항트롬빈 제제는 인간의 혈액에서 추출해 만들어왔는데,염소를 통해 양산할 경우 보다 싼 가격에 안정된 공급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GTC 바이오세러퓨틱스 측은 한 해 동안 미 전역에서 기증받은 사람 피를 모두 써서 만들 수 있는 항트롬빈 220파운드가량을 염소 150마리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전성 항트롬빈 결핍증은 5000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며,이 환자들은 항트롬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정맥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 이 혈전이 떨어져나가 혈류를 타고 돌다 폐나 뇌 동맥을 막으면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특히 여성환자가 임신했을 때는 태반에 혈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유산 또는 사산 위험이 커진다. 에이트린은 유럽에서는 이미 2006년에 승인을 받았으며,FDA의 승인에 따라 미국 내에선 2분기부터 유통될 예정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