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를 내세운 거대 통신회사들의 유료방송 시장 진출에 맞서 대형 케이블TV(SO) 업계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경쟁 SO를 사들여 외형을 키우는 한편 직접 운영하는 방송채널(PP) 수를 늘려가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에 따라 SO시장과 PP시장이 대형 케이블TV 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등 유료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M&A(인수 · 합병) 바람 분다

국내 최대 복수종합케이블TV사업자(MSO)인 티브로드가 최근 6위 업체인 큐릭스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케이블TV업계에 M&A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는 전국 사업권을 가진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IPTV사업자들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운 통신업체들이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이동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내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파고들고 있어서다.

티브로드는 서울과 대구 등 알짜지역의 SO를 갖고 있던 큐릭스를 인수함에 따라 가입자 확보는 물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케이블TV 77개 권역 중 21개 권역에 22개 SO를 확보,가입자가 344만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큐릭스의 가입자 30%가 케이블TV와 초고속인터넷에 중복 가입하고 있어 '케이블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의 결합상품으로 통신사들에 맞불을 놓기가 다른 케이블TV업체들보다 유리해졌다. 큐릭스 인수경쟁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신 CJ그룹 계열인 CJ헬로비전,현대백화점 그룹의 HCN 등도 다른 인수 대상 물색에 나섰다.


◆MSP로 생존 길 찾는다

대형 케이블TV업체들은 SO 인수로 서비스 권역을 확대하는 전략과 함께 직접 운영하는 방송채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MSP(MSO+MPP)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SO시장은 2조원 안팎에서 정체되고 있지만 유료 방송콘텐츠 시장은 급성장세를 타고 있어서다.

유료 방송콘텐츠 시장 규모는 2002년 6840억원에서 2007년 1조979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온미디어 등 케이블방송의 인기 채널들이 IPTV로 속속 넘어가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티브로드는 계열사 티캐스트를 통해 자체 제작 채널인 이채널과 미국 폭스사의 케이블 채널인 폭스,FX,폭스라이프 등 총 4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내달 중 여성 패션 전문채널인 패션N,영화채널 스크린,리얼리티 르포채널인 채널뷰 등 3개 채널을 추가할 예정이다.

CJ헬로비전도 계열사인 CJ미디어를 통해 방송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tvN 올리브 CGV 등 12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 말 중화TV를 인수했다. 드라맥스 1개 채널을 보유한 씨앤앰은 자회사 씨앤앰미디어원을 통해 생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케이블방송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국내 영업도 맡고 있다.

HCN도 지난달 무협 영화채널인 칭을 15억원에 인수,PP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중화권 영화와 미니시리즈를 방영하는 칭 외에 럭셔리 정보를 제공하는 여성채널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