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며 소수 정예 전략을 밀어붙이던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올해는 '다다익선'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이른바 '대작'으로 손꼽히는 게임 한두 개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작지만 비용 대비 수익률이 좋은 게임들을 많이 내놓겠다는 것.게임 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이 10개의 게임 라인업을 갖췄고 넥슨 한빛소프트 엠게임은 각각 7개,CJ인터넷은 6개 등 온라인 게임업체마다 유례없이 많은 신작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불황기엔 '다작'이 안전한 전략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지난해 내놓은 대작들은 한결같이 죽을 쒔다. 작년 1월 초 한빛소프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헬게이트:런던'을 필두로 NHN의 '반지의 제왕 온라인' '몬스터헌터 온라인' 등 몇백억원대 개발비가 들어간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들은 모두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게임 개발사 터바인이 만든 반지의 제왕 온라인과 일본 캡콤이 만든 몬스터헌터 온라인 모두 현재 월정액제로 정식 서비스 중이지만 유저 수가 적어 부분 유료화로 과금 방식(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NHN 관계자는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 유료화(정식 서비스)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캡콤과는 몬스터헌터 온라인의 조작 방식을 한국식에 맞게 바꾸기로 협의했고 터바인과도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과금 방식 변경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NHN은 올해 자체 개발작인 'C9'을 비롯해 '킹덤언더파이어2' 'G2' '내맘대로 Z9별' 등 10개의 신작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헬게이트:런던'에서 실패를 맛본 한빛소프트 역시 올해는 '에이카온라인' '오디션 잉글리시' '스파이크걸즈' '워크라이' '삼국지천' 등 신작 게임 7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게임이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다는 점도 다작으로 승부수를 띄운 이유다. 소비 탄력성이 낮은 10~20대가 주요 고객층인 데다 불황에는 오히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게임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해외 수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다작 전략을 채택하는 요인이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게임의 해외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6% 늘어난 10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파이가 커진 만큼 다양한 종류의 게임으로 국내외에서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차별화가 성패의 갈림길

'다작'으로 전략을 수정한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올해 내놓는 게임만 60종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아무리 게임이 불황을 모른다고 하지만 신작 게임이 쏟아져 나오면 비슷한 게임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 차별화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싸움 게임(FPS)만 하더라도 드래곤플라이의 '카르마 온라인2' '스페셜포스2' '퀘이크워즈 온라인',게임하이의 메카닉 슈팅게임 '메탈레이지' '프로젝트 AC',넥슨의 캐주얼 슈팅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CJ인터넷의 비행슈팅 'EX3'와 액션슈팅 'FOH' 등 비슷한 신작이 줄줄이 나올 계획이다. '서든어택'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 '울프팀' '포인트블랭크' '아바' '스페셜포스' 등 이미 서비스 중인 FPS도 10종이나 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이름만 거창한 대작 온라인 게임에서 실패를 맛본 업체들이 캐주얼 게임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교육용 게임,기능성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 대거 쏟아져 MMORPG 위주였던 게임 판도를 흔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