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400년 전 갈릴레이는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별과 달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가 1609년 망원경으로 관찰한 수많은 놀라운 사실들은 새 시대를 여는 데 족한 것이었다. 그를 기념하여 유네스코는 올해를 '세계천문의 해'로 선포했다.

세계의 여러 곳에서는 또 다른 과학자를 기념하는 행사도 올해 벌어지고 있다. 2009년은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면서,그의 진화론을 발표한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이들 못지않은 중요한 과학자가 케플러다. 그가 천체는 원운동이 아니라 타원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도 바로 4세기 전 1609년의 일인데,그 사실은 그리 널리 기념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년)는 1609년 망원경으로 많은 것을 발견했다. 목성에는 4개나 되는 달이 그 둘레를 돌고 있다. 또 달 표면이 매끈하기는커녕,산과 계곡이 있는 지구 비슷한 모양인것도 알게 되었다. 태양의 흑점도 처음으로 상세히 관찰하고 그 움직임도 알아냈다. 그의 과학자로서의 업적은 이것이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운동의 수학적 법칙을 밝혀냈고,이 업적은 피사의 사탑과 얽혀 엉뚱한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가 탑 꼭대기에서 나무공 하나와 같은 크기의 쇠공 한 개를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과학사에서 잘못된 전설로 치부되고 있다. 물론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실은 그가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종교재판을 받고 처벌되었다는 대목이다.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1809~1882년)은 지구상의 생물이 다채롭게 존재하는 것은 원래 하늘의 뜻이 그렇게 점지해서가 아니라,자연조건에 순응하고 적응해나가는 오랜 과정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생겨났을 뿐이라는 학설을 주장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1세기 전부터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널리 유행했던 표현 '생존경쟁→자연도태→적자생존'이란 3박자는 그의 학설을 대중화한 가장 그럴 듯한 표현이었다.

독일의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년)는 처음으로 천체의 타원운동설을 1609년에 발표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한 때와 같은 해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완전무결한 하늘의 세계에서는 모든 천체는 원운동을 할 뿐,다른 운동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해 왔다. 인류가 그런 문제에 눈 뜨기 시작한 지 2000년 이상이 지났지만,사람들은 하늘에서 움직이는 것은 모두 저절로 원을 그린다고 짐작하고,그리 생각해 왔을 뿐이었다.

케플러가 처음으로 이를 뒤집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 꼭 400년 전의 일이었다. 케플러는 '새 천문학'이란 그의 책을 갈릴레이에게 보냈지만,갈릴레이조차 이를 무시했다. 그만큼 타원궤도설은 전혀 새로운 발견이었다. 하기는 케플러 자신도 자신이 발견한 천체의 타원운동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설명은 거의 1세기 뒤 뉴턴에 의해 가능해졌다.

이렇게 인류는 지금 옛 과학자들을 되찾아 기념하는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물리학의 해''화학의 해' 등 해를 바꾸어 많은 과학자들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져 왔다. 앞으로도 비슷한 이벤트는 해를 거듭하며 이어질 것 같다. 그런 행사를 통해 사람들은 오늘의 과학기술 세계를 창조한 과학기술자들과 그들을 낳은 나라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인의 지적 재산 속에서 한국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이래서라도 절대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 밖의 문화적 분야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