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인데 현지 사람들이 '한국 국회는 멱살잡고 주먹질한다'고 놀립니다. 한국인인 게 부끄러워요. "(박은하)회의장 무단 점거와 몸싸움으로 얼룩진 새해 국회를 보면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회와 각 정당 홈페이지에는 어려운 경제 앞에서도 정쟁만 벌이는 국회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글이 넘쳐났다.

네티즌 석현석씨는 5일 국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제 불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때 다른 선진국은 대책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싸움만 하고 있다"며 "정치가 국가 경쟁력을 깎아먹는다"고 지적했다.

최형익씨도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백원이라도 싼 식자재를 사려고 이 추운 날 새벽부터 고생하는데 국회의원들은 혈세만 낭비한다"고 비판했다.

국회의 폭력상이 해외 방송을 타자 '국회를 아예 없애버리고 싶다'는 격렬한 반응도 나온다. 자신을 고교 1학년으로 소개한 김길언군은 "다 큰 어른이 싸우는 걸 보니 드라마 '야인시대'를 많이 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현복씨는 "초등학생인 막내 아들이 '국회의원들 저렇게 싸우면 경찰이 안 잡아가느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국회의원을 발음이 비슷한 '국(國)케이원(K-1)'이라 부르는 게 유행이다. 격렬한 몸싸움이 격투기의 일종인 K-1과 다를 게 없다는 일침이다.

권혁민씨는 "국론 분열 없이 잘 이끌어보라고 지난 총선에서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줬더니 1년간 뭐 했느냐"며 "한나라당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참관하고 배우라"고 일갈했다.

'goddns'라는 네티즌은 한나라당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회의장이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소신껏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대화하라는 원론적인 말만 한다"며 "시간을 낭비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