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08'에서 나타난 세계 TV 시장의 화두는 `초슬림화'였다.

특히 연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소비자가전쇼)가 컨셉트 제품 위주인 반면 IFA는 마케팅 위주의 전시회라는 점에서 이같은 기류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늦어도 내년에는 세계 주요 평판 TV 업체들이 본격적인 슬림 경쟁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결국 승부는 두께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제품 완성도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또 화질, 친환경, 신기술 접목 등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됐다.

◇ '밀리미터 전쟁' = 슬림 디자인 측면에서 선제 공격에 나선 쪽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에 밀려 반전의 계기를 찾고 있는 소니였다.

소니는 금액 기준으로 올해 세계 TV 시장의 72.9%를 차지하고 있는 LCD TV 분야에서 2년전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지난 2분기에는 시장 점유율 13%로 삼성전자(20.4%)와 격차가 7.4%포인트까지 벌어졌고 3위 LG전자(10%)에는 겨우 3%포인트로 앞서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IFA에 불참하거나 소규모로 참가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소니는 이번에는 참가업체중 가장 큰 5천950㎡의 초대형 부스를 확보한 데 이어 개막 직전 두께 9.9㎜의 40인치 LCD TV `브라비아 ZX1'을 전격 공개하고 연내 출시를 선언했다.

올 상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얇은 TV는 LG전자의 `스칼렛슈퍼슬림'으로 44.7㎜였고 삼성전자가 최근 하반기 전략 제품으로 44.4㎜의 크리스털 슬림 LCD TV '파브 보르도 850'을 공개한 것에 비춰볼 때 소니의 새 제품은 LCD TV의 '파격적인 다이어트'인 셈이다.

소니는 튜너를 제품 밖으로 빼내 무선통신으로 연결하고 백라이트유닛(BLU)을 평판 뒤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빼는 방식으로 두께 1㎝ 이하의 제품을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전시는 하지 않았지만 두께 9㎜ 이하의 제품을 가져와 통제구역에서 주요 고객과 일부 언론에만 공개했다.

두께는 소니보다 얇고 크기는 52인치로 더 컸다.

삼성전자는 25㎜ 두께의 상용 제품을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지만 소니가 실제로 연내에 9.9㎜ `브라비아 ZX1' 출시할 경우 대응이 불가피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광원 기술에 강점이 있는 필립스도 소형(32인치)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나 소니보다 더 얇은 8㎜ 시제품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밖에 샤프는 22-44㎜의 XS 시리즈 상용 제품을, 파나소닉은 PDP TV로는 가장 얇은 24.7㎜ 제품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이경식 상무는 "현재 디자인 측면으로 가장 주목받는 포인트는 두께"라면서 "그러나 승부의 관건은 누가 얇으면서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1-2㎜의 두께 차이보다는 사용편의성, 화질 등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LG전자의 강신익 부사장도 "2㎝ 정도만 충분하다"면서 "화질을 손상시키면서 두께 경쟁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200Hz TV 언제 나올까 = 화질 측면에서 LCD TV 기술의 초점은 움직이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전시회에서는 100㎐가 대세였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소니 모두 200Hz를 전시했다.

정지화면 영상의 연결이 동영상의 기본원리라고 볼 때 100㎐나 200Hz 기술은 50㎐(한국.미국은 60Hz) 프레임의 정지영상과 영상 사이에 임의 영상을 집어넣어 이들의 연결로 짜이는 동영상을 더욱 부드럽게 구현하는 것으로 LCD TV의 취약점인 잔상 제거에 효과적이다.

200Hz 기술을 완성한 두 회사는 출시시기를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각 업체들이 새 제품을 내놓는 내년 3-4월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소니가 이례적으로 10-11월에 출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기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BLU는 대부분 업체들이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채용했다.

LED BLU는 화질 개선의 효과 외에 램프에 수은을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CD 모니터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소니가 조만간 11인치 제품을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고 삼성전자는 내년에 한국, 미국, 유럽에서 14인치 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LG전자도 내년 CES에서 15인치 제품의 전시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개발단계에 따라 양산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 밝혔다.

◇ TV와 인터넷의 결합 가속화 =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네이버, 미국에서 USA투데이와 제휴해 문자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받는 '인포링크' 기능을 유럽 등에도 도입하기 위해 최근 야후와 협력관계를 맺고 8월말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10개국과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모두 13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해 내놨던 '파워 인포링크' 서비스의 유럽 도입은 내년 3월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과 제휴했던 파나소닉은 유로스포츠와 제휴계약을 맺었고 필립스도 콘텐츠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콘텐츠 제공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통상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감안해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에서 '인터넷 비디오 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소니는 아직 유럽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최고급 만년필로 대표되는 명품 브랜드인 몽블랑과 제휴를 발표했다.

우선 독일내 매장 전시(shop display)에서부터 협력을 시작하고 향후 콘셉트 공동 개발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