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거래 중개업체들이 해커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만 급급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5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 아이템플포 등 업체는 현재까지 경찰에 해커의 공격과 관련해 수사 의뢰를 접수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업체로부터 개인적 차원에서 문의가 와 조언을 해 준 적은 있었으나 정식으로 진정서나 고소장을 접수하지도,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역시 "최근의 다른 사건과 관련해 이들 업체와 접촉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신고받은 적이 없으며, 현재로선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중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10월초에 신고를 했지만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계속된 질의에 결국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업체 어느 곳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지금까지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주장해온 이들 업체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업체는 피해가 3주 가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거짓해명으로 일관해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접속 장애가 길어지면서 빗발친 이용자들의 문의에 외부 공지 없이 개별적으로 "단순히 접속이 폭주하면서 생긴 장애"라는 해명만 반복하다, 언론 보도 뒤 여론이 나빠지자 부랴부랴 해커의 공격이 맞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아이템베이 관계자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역시 접속 폭주를 유발하는 공격이라고 보면 틀린 해명은 아니지 않았느냐"고 강변하는 등 여전히 `아전인수'식 행보를 보였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협박을 받았으면서도 이를 부인하는 등 거짓말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이 피해사실을 파악하고 지원을 위해 업체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서버 기록 공개를 거부하며 접촉을 피하다, 해커의 공격을 시인한 뒤에야 정식으로 KISA와 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결국 이들 업체는 사건 은폐를 위해 경찰과 KISA 등 유관기관의 협조도 마다하고 쩔쩔매다 사건이 발생한 지 3주가 다 돼서야 사태 수습에 착수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해킹설이 대두되는 가하면 각종 루머가 떠도는 등 업체의 피해만 커졌다.

한 이용자는 "이용자들의 현금이 오가는 거래를 중개하는 업체의 생명은 신뢰"라며 "눈앞의 피해만 막으려다 신뢰를 상실하고 후회하면 늦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