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F가 정부 방침에 따라 휴대폰 로밍 요금을 국가별로 단일화하면서 일부 국가의 요금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국가별로 단일화하면 평균적으로 요금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보통신부의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SK텔레콤과 KTF는 7월 1일자로 휴대폰 로밍 요금을 국가별로 단일화했다.

전에는 로밍 계약을 맺은 해외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이 각기 달라 '최소 얼마에서 최대 얼마' 하는 식으로 요금을 소개했으나 지난달부터는 해외 사업자와 맺은 요율에 관계 없이 국가별로 단일 요금을 받기로 했다.

소비자가 로밍 요금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해 과도한 요금으로 인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통사들이 요금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의 요금을 인상해 제도 변경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상당수 국가에서 단일 요금을 최대 요금에 가깝게 매겨 로밍 요금이 올랐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대부분 국가의 3세대 이동통신 로밍 요금을 기존 '최소 요금~최대 요금' 범위에서 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거는 해외 발신 요금을 분당 868~1570원에서 1200원으로,영국은 2432~2875원에서 2650원으로 변경했다.

독일 싱가포르 등은 로밍 요금이 낮아지기도 했다.

KTF도 일본의 경우 1203~1346원 받던 해외 발신 요금을 1190원으로 내렸고 독일은 1905원에서 1900원으로 종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했다.

문제는 일부 국가에서 단일 요금을 기존 최대 요금보다 높게 책정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거는 요금을 1231~1876원에서 2200원으로,스위스는 1849~2386원에서 2450원으로 소폭 올렸다.

KTF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요금은 1160~2814원에서 2850원으로 인상했고 덴마크도 2121~3269원에서 3270으로 기존 최대 요금보다 높은 단일 요금을 매겼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SK텔레콤과 KTF 모두 요금을 올린 국가다.

이동통신사들은 요금 체계가 서로 다른 2세대(GSM) 이동통신과 3세대(WCDMA) 이동통신의 로밍 요금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전에는 3세대 요금이 싸고 2세대 요금이 다소 비쌌으나 이를 통일하면서 일부 국가 3세대 요금이 올랐다는 것.실제로 2세대 이동통신 로밍 요금을 비교하면 단일 요금이 더 낮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 수준이 다른 2세대와 3세대 요금을 평균적인 단일 요금으로 만들다 보니 3세대 요금 일부가 높아진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며 "해외 대다수 지역에서 제공하는 2세대 요금이 크게 내렸다는 점에서 소비자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KTF 관계자도 "국가별 단일요금제는 요금 인하보다는 요금 예측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며 "로밍 대상 사업자가 추가되고 환율 변동 등을 반영하면서 해외 발신 요금을 다소 인상한 곳이 있지만 현지 통화나 착신 요금을 인하해 고객의 부담을 줄인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