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 초고주파 통신부품 개발·제조업체의 전 대표이사 등 간부들이 회사를 매각한 후 핵심 기술을 전부 빼돌린 사실이 검찰에 적발됨에 따라 기업과 국가 차원의 핵심기술 누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처음에는 국내 방위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에 역점을 두고 조사를 시작했다.

조모씨가 설립하고 대표로 근무했던 A사가 군용 통신부품 등을 유력 방위산업체인 D사에 공급해 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씨 등은 육군용 발칸포 레이더,대잠수함 공격용 헬기,항공기용 전자전 장비,함대함 유도탄 등에 내장되는 주요 통신부품 8종의 기술도면을 파일형태로 빼냈다.

그러나 이들은 기술을 해외에 직접 팔기보다는 이 기술을 적용한 상품을 생산해 해외에 판매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05년 9월 새로 설립한 B사의 영문 홈페이지에 이 제품소개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다행히 검찰은 유출된 군수용 제품 도면은 압수·수색시 전량 회수해 해외 유출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조씨 등은 A사로부터 빼돌린 위성 인터넷 접속용 초고주파 송·수신기 기술을 이용한 민간 제품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해 올해 초까지 10억여원어치의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조씨 등이 빼낸 군사용 통신부품 기술도면이 해상도가 높은 파일 형태이고 군사기밀급에 해당되는 내용인 데도 불구하고 군사기밀보호법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래 전에 제정된 군사기밀보호법이 국방부의 '기밀' 직인이 찍힌 종이 도면만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컴퓨터 파일'은 빠져 있어서다.

이제영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도 "조씨 등 관련자들은 각자 방대한 양의 기술도면 및 영업비밀 자료를 빼내 나중에 USB 메모리스틱과 별도의 대용량 외장하드에 일괄 저장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산업체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사건은 대부분 내부 직원들이 개인영리 목적으로 창업을 하기 위해 빼돌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조사한 국내의 핵심기술 해외 유출 조사 건수도 2004년 26건,2005년 29건,지난해 31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군사기밀보호법 등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