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중순부터 전자여권(e-passport) 발급을 개시한 가운데 최근 전자여권에 대한 보안 및 사생활 침해 문제가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미국 국무부가 복제 방지 기능을 강화한 전자여권 발급을 지난달부터 시작했다"며 "새로운 전자여권은 암호화된 디지털 정보 시스템을 채택하는 등 보안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썼지만 일부에서는 전자 복제 및 개인 정보 침해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14일부터 특수 전자 칩이 내장된 전자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전자 칩에는 여권 소지자의 이름과 성별,여권 유효기간 등 여권의 개인 정보란에 기재되는 것과 똑같은 내용의 정보가 담겨진다.

또 안면 지문 홍채 등 생체 인식 정보가 담겨져 있고,여권 정보와 여권을 소지한 인물 간에 차이가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경보음을 울리도록 고안되는 등 도난 또는 분실시에도 다른 사람이 위조하거나 도용하기가 쉽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새 전자여권은 모든 데이터를 전자태그(RFID) 칩에 저장된 상태로 만들어져 전자 스캐너로 인식이 가능하다.

또 내장된 칩은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이민국 관리들이 전자여권을 판독기에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개인 정보가 확인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러한 전자여권 도입이 통관 속도를 높이고 국경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기관과 관련 기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시험 프로젝트에서 전자여권을 테스트한 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옹호단체들은 전자여권이 개인 정보를 누출하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전자여권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 관계자들은 해커가 전자여권 스캔시 전자 신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한 보안 관련 브리핑에서도 독일 보안전문가 루카스 그룬발트는 전자여권을 노트북에 연결된 전자태그 리더 및 스마트 카드 작성기로 복제하는 모습을 시연하면서 전자여권 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자태그에 저장된 정보를 수정할 수는 없지만 정보를 다른 스마트 카드에 저장해 위조 여권을 만들 수 있다"며 "전자여권이 약간만 펼쳐져 있어도 주파수를 발산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 여권을 감지하는 폭발물 설계 등의 테러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무선보안업체 연구원도 "정확한 테이터를 읽기는 어렵겠지만 전자여권을 소지했다는 사실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일"이라며 "극단적인 경우 테러범은 미국 국적 여권 소지자가 있을 때 폭탄이 터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들에도 전자여권 도입을 요구하면서 관련 27개국에서 전자여권 도입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 추진을 위해서는 전자여권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VW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비자 거부율을 3% 미만으로 낮추는 노력 외에 전자여권 도입이 필수 조건으로,최근 정부에서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