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디자인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던져주는 사양에 맞춰 외관을 꾸미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을 개발팀에 먼저 제시하는 '디자인 선(先)제안 전략'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디자인 선제안 전략은 디자이너가 신제품 컨셉트를 제시,제품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히트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초콜릿폰 뿐 아니라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한 휘센 에어컨도 디자인을 통해 '가치혁신'을 이룬 대표적 사례다.

디자인팀은 양쪽 모서리를 활용한 삼면 입체냉방 방식을 제안,냉방의 사각지대를 없애 에어컨 판매량을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LG전자는 안팎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iF디자인의 '황금 디자인상',레드닷의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등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회사측은 디자인 선제안 전략이 성과를 거두자 일부 제품에만 한정됐던 이 전략을 올해 전 제품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디자인 선제안 전략이 커다란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홍사윤 전사(全社)디자인실장은 "선제안 전략이 설계,생산라인 변경을 원치 않는 엔지니어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엔지니어에게 디자인 변경은 성가신 일이다.

많은 경우 회로 설계를 다시 하거나 부품을 새로 주문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위험 부담이 큰 새로운 시도 대신 기존 생산라인을 사용한 개선을 선호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요구사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만다.

디자인 선제안 전략은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에 먼저 집중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방식이다. 고객이 원하지도 않은 제품을 만들어놓고 시장을 탓하는 '주객 전도'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위기에 몰렸던 미국의 애플컴퓨터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이 세계 시장을 휩쓸 수 있었던 배경에도 디자인을 통해 고객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전략이 있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LG전자의 디자인 모토에 잘 녹아있다.

LG가 디자인을 제안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네 가지 요소는 △합리적인 컨셉트(rational concept) △매력적인 스타일(charming style) △똑똑한 인터페이스(wise interface) △결점없는 마감처리(flawless detail) 등이다.

여기서 매력적인 스타일은 간결하면서도 정교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디자인,똑똑한 인터페이스는 직관적 판단으로 동작이 가능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뜻한다.

이런 요소를 두루 고려할 때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과 신뢰를 주는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설명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