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백과사전의 최강자인 브리태니커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의 마지막 자존심인 '정확성'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의 2페이지짜리 특집 기사로 촉발됐다.


네이처의 특집 기사는 "과학 영역의 정보를 따져본 결과 위키피디아에서 162건의 오류를 발견했고 브리태니커에서 123건의 잘못을 찾아냈다"며 "정확성을 기준으로 하면 두 백과사전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네이처가 온·오프라인 최고 백과사전 간 자존심 싸움에 불을 붙인 형국이다.


◆정확성 시비


이 기사로 브리태니커는 200년 넘게 지켜온 최고 백과사전의 명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1768년 발간되기 시작한 브리태니커는 전세계 학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공들여 정리함으로써 정확성에 관한 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뢰를 쌓았다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생긴 지 5년밖에 안된 인터넷 도전자가 정확성에서 브리태니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물론 브리태니커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자사 직원과 외부 학자를 합쳐 30명으로 구성된 특별대책반을 만들어 6주 동안 네이처가 지적한 오류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가지고 최근엔 네이처에 공개서한을 보내 특집 기사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 서한에서 브리태니커는 "네이처의 분석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고 실수투성이여서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타임스오브런던 등 주요 신문에 이 서한을 담은 광고를 게재하고 5000개의 주요 도서관과 학교,교육당국 등에 이메일로 이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특집 기사를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성장세도 위키피디아가 한수 위


위키피디아는 가파른 성장세로도 브리태니커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위키피디아에 등록한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위키피이다를 창업한 지미 웨일스는 "정기적으로 각종 정보를 올리는 사람만 약 1500∼2000명에 달하고 수천명의 사람들이 때때로 인터넷 백과사전의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처의 특집 기사에 감사한다"며 "위키피디아가 아직까지는 역사 사회과학 등에서 약점을 갖고 있어 브리태니커에 맞설 수준이 아니지만 컴퓨터 등 특정 부문에선 훨씬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브리태니커의 향후 사업전망은 밝지 않다.


한때 많은 가정이 구입하는 명품 가운데 하나였던 브리태니커는 인터넷 확산으로 무료 검색엔진 등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브리태니커는 1996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백과사전의 방문판매를 중단했고 현재 전체 수익의 3분의 1 정도만을 인쇄판 백과사전 판매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나머지 수익은 유료 인터넷 서비스 등에서 충당하고 있다.


회사측은 최근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정확성 시비의 대상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에 정확성 시비를 일으킨 오류 가운데 두가지를 소개했다.


첫번째는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살았던 이탈리아의 도시 이름이다.


네이처는 브리태니커에는 '크로톤(Crotone)'이라고 실려 있지만 사실은 '크로토나(Crotona)'가 정확한 표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브리태니커는 크로톤이 현대식 철자법에 맞다고 반박했다.


두번째는 브리태니커가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과포화(supersaturation)'라는 용어에 대한 것이다.


네이처는 '포화(saturation)'가 더 정확한 용어라고 지적했지만 브리태니커는 포화는 과포화로 변해가는 단계를 의미하는 말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