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조작 파동이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 특히 서울대 다른 학자들의 연구 논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서울대 과학자들이 학술지에 제출한 논문 가운데 최소한 한건에서 조작을 시사하는 증거가 발견돼 이에 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황 교수의 논문을 게재했던 사이언스측이 황 교수의 2004,2005년 논문외에 개복제에 대해서도 조작 여부를 검증하고 있으나 "여기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유명도가 덜한 과학 학술지에 제출된 연구논문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해온" 한 과학자가 2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 논문은 "황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하지 않은 것"이며, 익명을 요구한 이 검증자는 "이런 사기행위 일부가 우석(황 교수) 너머에도 있는(extend beyond)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논문조작 파동 과정에서 황 교수의 같은 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이 자신이 맡은 부분 외에는 전혀 알 수 없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과 관련, 황 교수 연구실의 "공장 조립 라인 같은 칸막이 문화"도 한국 과학계의 허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교묘하게 조작된 과학적 기만행위를 잡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한국 스캔들(Korean scandal)을 계기로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과학자, 윤리학자 등의 견해를 전하고 "연구원들간 의사소통이 왕성하게 이뤄지는 꿀벌통 같은 미국의 실험실과 달리 황 교수의 실험실은 고도로 칸막이화된, 공장조립라인을 닮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실의 각 연구원이 자신이 맡은 부분만 알고 책임진다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모르도록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오.남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과학연구에 대한 과학적.윤리적 감시체제 면에서도 한국은 허술하다는 불신감이 미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이 신문은 황우석 파동이 미 과학계의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해온 측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면도 있지만, 다른 쪽에선 이번 파동이야 말로 미국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제약을 없앰으로써 미국이 이 연구를 주도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의학연구촉진연합(CAMR)의 숀 팁턴 차기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구감시체제는 아마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일 것인데, 현재는 (연구 자체에 대한 제약으로)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고의 미 과학자들이 최고의 감시속에 최고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을 경우 그 분야 연구는 해외로, 그리고 민간분야로 넘겨질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현재 보고 있는 대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 과학계가 황우석 파동으로 인해 현재 상원에 계류된 줄기세포 관련 각종 찬.반 입법안의 처리 때 과학계에 불리한 정치적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분야가 여전히 절대 유망하다며 "이번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새롭게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미 과학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줄기세포 연구자 존 기어하트 교수는 "타격이 되긴 하겠지만, 진실이 다른 어떤 것보다 귀중하므로, 어떤 기만이든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